노컷뉴스 자료사진 / 윤성호기자
최근들어 경상수지와 소비자물가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불황이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경제지표가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불황, 디플레?... 유가하락이 몰고온 왜곡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894억2천만불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수출이 늘기보다는 수입이 줄면서 흑자가 발생한 것이어서,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0.8% 상승에 그쳐, 두달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를 두고 소비위축과 이에따른 저물가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전조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경상수지나 물가에 최근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다름아닌 국제유가였다. 경상수지 흑자의 경우 유가 하락이 수입액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도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경기와 상관없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도 사실 담뱃값부터 농축수산물과 집세, 개인서비스 등이 상승했지만 이를 석유류 가격 하락이 워낙 커서 다른 부문에서의 상승 효과를 모두 묻어버렸다.
통계청 강보경 물가통계과장은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물가가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락해야하는데 석유류 외에는 사실 물가가 하락하거나 그런 것은 없어 굳이 디플레이션이라 해서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유가하락, 왜곡현상에 집중하기보단 기회로 삼아야
그래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려면 유가하락이 왜곡시킨 지표 자체에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가하락을 어떻게 우리 경제의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인지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유가하락으로 발생한 기업의 비용 절감분이 연쇄적인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일반가계가 혜택을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모 연구위원은 "유가하락의 혜택을 일반가계가 누릴 수 있도록 유통구조 개혁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과도한 이득을 취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제품가격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물가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유가 하락분만큼 더 내려야 경기회복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