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윤창원 기자)
정부의 건강보험료 개편안 백지화 이후 비판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고소득층의 반발 때문에 모순 투성이인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유지시키겠다는 정부의 결정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년 반동안 개편안 작업을 이끌어왔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장도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사퇴하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와 정부는 지역가입자 가운데 연 소득 5백만원 이하인 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최대 1조원을 넘는 건보료 수입 감소이 줄어들고 고소득자를 방치한 현행 모순은 그대로여서 재정 악화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식의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 그냥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근본대책은 기획단이 마련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간강보험료 부과체계를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할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건보료 개편안의 골자는 부과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 고소득자의 부담을 높이고 지역가입자의 불이익을 완화하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 자산가들이 직장가입자 피부양자로 무임승차를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급여 이외에 2000만 원 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 3000세대의 건보료를 올리고 피부양자 가운데에서도 2000만 원 이상의 종합소득이 있는 19만 3000여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다.
고소득자 45만여명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는 대신 소득에 비해 과중한 부담을 졌던 지역가입자 600만여 세대는 건강보험료 절감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런 개편안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공무원 연금개혁이나 노동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서비스 대상을 선정할 때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는 복지사업이 노인돌봄 서비스, 암 조기검진 등 20가지에 이른다.
복지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때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소득추정자료가 건보료이기 때문에 건보료 납부액이 적을수록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으로 간주돼 더 많은 복지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러다보니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건보료가 적다는 이유로 복지혜택을 받는 경우도 생기도 거꾸로 복지 혜택을 꼭 받아야할 대상이 건보료가 높게 책정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생기는 것이다.
불합리한 건보료 산정 체계가 복지대상자 선별 기준이 되면서 복지대상 선정의 공정성과 객관성까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건보료 개편 취소 결정은 결과적으로 건강보험료 개편의 필요성을 더 확실히 국민들에게 인식시켰고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셈이다.
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편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추진하는 것이 오락가락 행보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는 그같은 비난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의 재추진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