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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론] 거리로 나선 오페라 성악가들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갈라 콘서트를 갖고 있다. (윤성호 기자)

     

    1월 2일 국립 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선임되고부터 사실상 오페라계는 사활을 건 전투 중입니다. 대단히 이례적으로 몸이 악기인 성악가들이 이 추운 겨울날 아침부터 집회를 하고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들이 문제제기 하고 있는 신임 단장 한예진 성악가는 매력적인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마흔넷의 젊은 소프라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0개월간 공석이던 자리에 그녀를 앉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젊은 나이에 어떤 활동과 경력을 쌓았기에 대한민국의 오페라를 책임질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의아해하며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그 걱정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지난 2월 3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어린아이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유럽과 일본에서 오페라 주역가수로 활동하며 국제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는 등 현장 경험이 많아서 세계 오페라 흐름 파악에 안목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그녀를 추천했지만, 스스로 해명하기는 유럽과 일본의 작은 무대에 주로 서왔기에 세계적인 성악가는 아니라고 하면서 오페라를 제작해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고발당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은 정확히 경력을 기재해서 제출했는데 문체부 담당자의 “오타”로 1년이 채 안 되는 교수 경력이 11년으로 둔갑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예진 신임 단장은 “물러날 뜻은 없다”며 지켜봐달라고 당부하고는 뒷문으로 사라겼습니다.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오페라계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연관된 경력이 없음에도 단장을 할 수 있다면서 기자회견을 마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립 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한때 성악을 전공한 성악가 정도가 수행할 수 있는 자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마도 그녀를 추천한 사람 말고는 없을 텐데도,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지금도 길거리의 성악가 시위 역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RELNEWS:right}박근혜 정권 들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특히 문화예술계는 비정상의 극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 4대영화제로 손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바닥부터 일궈온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흔들기가 자행되고, 아시아문화예술의 전당은 개관을 앞둔 상태에서 문화창조원의 예술감독이 갑작스레 해임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대학 동문들은 갑자기 영화진흥위원장(김세훈 홍익대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한국저작권위원장(방석호 홍익대 법대 교수)으로, 아리랑TV 사장(오승종 홍익대 법대 교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성악가들은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삽입곡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시위가로 선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곡은 국립오페라단 산하 합창단이 해산되었을 때 해촉단원들이 시위가로 썼던 노래입니다. 비정상을 외면하면 모든 것이 비정상이 되어버리기에, 방관을 그치고 스스로 먼저 정상화에 나서야 함을 그들은 깨닫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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