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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국회 인사청문회 기준' 왜 고무줄 잣대인가?

정치 일반

    [Why뉴스] '국회 인사청문회 기준' 왜 고무줄 잣대인가?

    "국회가 인사청문회 절차만 규정하고 기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의 청문회가 끝났지만 국회에서 무사히 인준을 받게 될 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반대기류가 워낙 강한데다 여당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당이 인준표결을 강행할 경우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총리인준 표결을 강행하자니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일로 역풍이 불 것이고 그렇다고 낙마시키자니 청와대와 여당이 입을 상처가 너무 커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건 후보자들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없이 잣대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기준' 왜 고무줄 잣대인가?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일단 국회본회의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이뤄지는 거냐?

    =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일단 단독표결을 해서라도 인준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인준을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야 모두 오전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인준 투표를 강행할 것인지 여부와 본회의에 참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니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대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오늘 오전 경과보고서 채택, 오후 본회의 인준안 표결 약속을 지켜야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표결에 대비해 전원 본회의에 출석할 것을 독려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반대당론으로 돌아섰다. 청문회 전에는 덕담을 건넸지만 청문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는 것이다. 야당이 인준을 반대하며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새누리당 의석만으로 통과가 가능하지만 몇 표의 이탈 표만 나와도 통과가 어렵다.

    새누리당으로서도 21년 만에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단독 강행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인사청문회는 유명무실화 되는 것 아닌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

     

    = 그렇다. 이완구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지명됐던 총리후보자 가운데 최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고개를 절래 흔들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도 낙마시키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통과시킨다면 청문회는 하나마나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청문회에서 낙마한 6명의 총리후보자에게 제기됐던 의혹들보다 이완구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더 무겁고 많다. 특히 그의 언론관은 역사관 때문에 낙마한 문창극 후보자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총리서리로 인준투표에서 부결됐던 장대환 매경회장은 지금도 사석에서 울분을 토로한다고 한다. 장 회장보다 더 심한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도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김용준 전 헌재소장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며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고위공직 후보자 중 문제가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왜 그런 거냐?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진=윤창원 기자)

     

    =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이유로 분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검증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사전에 철저하게 검증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걸러 낸다면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부실한 게 아니라 임명하기 위한 검증과정이 부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철희 소장은 "이완구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검증했을까?"고 반문하면서 "검증을 하고서도 후보로 내세웠다면 그게 더 문제지만 아마도 원내대표이고 야당과의 관계도 좋으니 그냥 내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서 "사회생활을 오래 하고 50~60대가 되면 정도의 문제일 뿐 흠 없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이는 잘못된 인사를 변명하는 것이다. 인재를 제대로 찾지도 않고 모든 사람이 흠이 있다고 하는 게 옳을까?

    두 번째는 제도적인 문제인데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는데 필요한 명시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33조에는 공무원의 결격사유 8가지가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이 기준은 정무직 공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준이 없다보니 청문회를 할 때마다 잣대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기획관을 지낸 김명식 대구가톨릭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여야 간 입장이 다르고, 사람마다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에 싫은 사람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다보니 고무줄 잣대가 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탄생부터 정략적이었다. 가장 먼저 인사청문회를 받은 김대중 정부당시 이한동 국무총리의 경우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여소야대 국면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후임으로 내정된 장상, 장대환 후보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국회에서 부결됐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시절 인사청문회를 국무위원으로 확대시켰다. 정권이 바뀐 뒤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낙마한 사례가 많아졌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안전행정부에서 인사실장을 지낸 전충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은 "지금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국회가 청와대나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다보니 문제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게 언제인데 아직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기준이 없단 말이냐?

    = 인사청문회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부터 시작됐지만 인사청문회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 기준은 없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1조 (목적)에 "이 법은 국회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구성·운영과 인사청문회의 절차·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절차만 규정하고 있지 기준은 없는 것이다.

    김명식 교수는 "지금의 인사청문회법은 절차만 규정하고 있고 기준이 없어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자리는 62개에 이른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헌법기관장 등을 임명할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17개자리와 헌법에 규정되지 않는 45개자리가 있지만 이들에 대해 명확한 임용기준이 없다보니 청문회 때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명확한 기준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정동기 전 민정수석 (자료사진)

     

    = 그렇다.

    김명식 교수는 "입법권은 기준을 정하는 것"이라면서 "국회가 그동안 청문회에서 낙마의 주요 이유였던 병역문제나, 논문표절,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지금까지 말로서 지적했던 것들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에 대통령이 국무위원 등을 임명할 때 병역기피,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임명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 철저한 사전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법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면서 "청문회의 고무줄 잣대 논란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고무줄 잣대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그걸 바로 잡기위해서는 정치권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안을 만들어서 사회적인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준을 만든 다음에는 해당 국가기관들이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고 문제가 되면 발탁하지 말아야 한다. 예선을 통과하기 어렵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책과 자질을 검증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가장 기본적으로 헌법에 정한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느냐를 따져서 이를 지키지 않았으면 고위공직자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해야하고, 특히 해당부서와 관련된 업무에 대한 잘못의 경우 더욱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논문표절을 한다거나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는 문제 등은 엄격하게 적용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정동기 전 민정수석은 "인사청문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검증도 쉬워지고 불필요한 논쟁이 사라지게 되며 고위공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철저하게 자기를 관리하게 된다"며 기준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지금까지 기준을 만들지 못한 이유가 있나?

    지난 10일 국회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의됐다. (사지=윤창원 기자)

     

    = 그동안 축적된 자료도 많다. 따라서 국회가 마음먹으면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청문회를 통해 낙마한 고위공직후보자들의 사례를 정리하면 적절한 기준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가 명확한 청문회 기준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김명식 교수는 "국민들이 똑똑해서 앞으로 국회의원 공천할 때도 그 기준을 적용하라고 요구할거다. 그걸 아니까 안 만드는 것이다"면서 "이렇게 기준이 만들어지면 명예와 부와 권력을 한 손에 쥐는 경우는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정치적 셈법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만들어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야당인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현미경 검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샅샅이 뒤졌다. 새누리당이 그 때 쌓은 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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