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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들과 전문대학들이 요즘 치고받고 한다. 정부는 전문대를 지금의 2∼3년에서 1∼4년으로 다양화하려고 한다. 이른바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라는 정책이다. 그러나 4년제 대학들은 반대다.
4년제 대학들이 제시하는 반대 이유는 ▲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문대를 그대로 둬야지 등록금만 올리게 된다. ▲ 사정이 열악한 지방대부터 타격을 받는다. ▲ 전문대는 전문대답게 발전하면 되지 왜 4년으로 늘리느냐이다.
쉽게 말해 4년제 대학들도 구조조정을 당하고 정원을 줄이는 판에 또 다른 4년제 대학이 생기는 것이 결코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대도 이유가 분명하다.
모든 학과를 4년제로 바꾸는 게 아니잖은가. 4년 과정이 꼭 필요한 학과들이 있다. 금형, 메카트로닉스, 자동차, 토목, 건축, 유아교육 등의 분야는 2, 3년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대해 4년제 대학들은 그 학과들은 이미 4년제 대학에 있으니 더 배우고 싶으면 4년제 대학으로 학생을 편입학시키면 될 일이라 한다.
그렇게 따지면 4년제 대학들이 신설한 피부미용학과, 애완동물 관리학과까지 챙기는 건 뭔가. 그걸 4년제 대학에서 100학점 넘게 배워야 하는가? 그건 전문대의 영역이니 중소기업에 갑질하는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이다. 통계로 보면 4년제 대학의 57%가 전문대 영역의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논박이 거듭되는 까닭은 정부가 대학 평가에 취업률을 강하게 반영하면서 4년제 대학들이 취업률을 노려 전문대의 인기학과를 4년제 대학에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치료학과나 치위생학과, 실용음악학과, 조리학과, 안경학과, 뷰티·미용·메이크업 관련 학과들은 우리 기억 속에는 모두 전문대에서 맡아오던 학과들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이런 학과들이 4년제 대학에 3배~7배 정도 증가했다.
양측 주장이 모두 옳다. 다들 살아남아 보겠다고 학과를 만들고 학년을 늘리는 거다. 그 결과가 무엇이 되든 죽어나는 건 학생과 학부모이다. 전문대에서 배워도 될 과목을 4년제 대학 가서 배우나 전문대 학제가 바뀌어 4년을 다니거나 돈 내는 건 학생과 학부모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2년제가 600만 원, 4년제가 사립대 기준 750만 원 수준이다. 국공립대 평균도 415만 원이다.
◇ 나는 누구, 나는 왜 여기?대학생, 대학 졸업생 800명에게 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를 했다. '4년제 대학에 들어온 걸 후회해봤느냐 물었더니 74.8%가 후회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후회한 적 없다는 응답은 25.2%에 그쳤다. 다시 '무엇 때문에 4년제 대학 입학을 후회하는가' 물었다. 46.7%가 "4년 동안 공부했지만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해서", 그 다음이 "취업이 어려워서", 그리고 9.4%는 "등록금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밖에 이유 중 가장 많은 건 "생각했던 대학생활과 다르다"였다.
'4년제 대학 졸업 후에 전문대를 다시 다닐 생각 해봤냐'고 물으니 31.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전문대 유턴 입학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1,102명, 2013년 1,253명, 2014년 1,283명…역시 문제는 취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 직업교육훈련 입학자도 10명 중 2명은 4년제 대학 졸업자이다. 전문대 중퇴 이상으로 따지면 45%나 된다. 전문대나 직업훈련원으로 가지 않고 4년제 대학에 남아도 힘들다.
교육부 '졸업유예제 관련 실태조사 및 정책 방침'을 분석한 결과 1학점당 최소 3만5천 원에서 23만2천 원까지 대학 마음대로 등록금을 받는다. 교육부는 역시 이 문제도 별 방책이 없다.
이제는 부모들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학교 교육 실태 및 수준 분석' 연구결과가 지난 11일 언론에 보도됐다. 학생의 교육포부와 학부모가 갖는 교육기대 수준 즉 '어디까지 학업을 계속하고 싶으냐'는 물음이다.
4점 만점에 중학생은 2.91점, 중학생 부모는 3.21 점이다. 간단히 말해 3점이 4년제 대학졸업이다. 그러니 중학생들은 '4년제 대학 꼭 나와야 하는 거냐'고 묻고 있고, 부모들조차 10년 전 3.43점에서 3.21로 떨어졌으니 '꼭 4년제 대학을 가게 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 학벌, 평가 아닌 편견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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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광범위하게 걸쳐 있고 복잡한 문제여서 해 길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시작점은 확연하다. 학벌에 관한 인식을 바꿔 능력중심사회로 옮겨 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해법이고 첫걸음을 떼어야 할 지점이다. 그 방법 중 첫째가 기업체에서 입사시험을 치르며 학력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기업체가 입사전형을 치르며 출신대학을 묻지 않으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 부작용이랄 것이 없어 보인다. 학벌을 따지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는데 사회적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기업들이 일류대학을 따진다면 과외, 재수, 스펙쌓기 등 사회적 비용이 엄청 들지만 안 따진다는데 무슨 돈이 들겠나?
또 일류대학 졸업장 따져 묻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는 만큼 평가를 받으면 그만이다. 기업 나름의 실력평가 방법이 있고 그 방법에 의해 실력을 인정받는데 피해자가 생길 일이 없다. 이것은 입사 원서에 본적을 적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비용과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나 효과는 커다란 방법, 고질적인 학벌의 철폐와 대학교육의 난맥상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여기인 것이다.
학벌, 더 나아가 학력은 평가를 위해 거기 있기 보다는 편견 때문에 이력서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2015년 채용 현장에서 변화의 새 바람이 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