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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인사혁신추진위’가 문제가 아니라 ‘인사’가 문제다

기자수첩

    [뒤끝작렬] ‘인사혁신추진위’가 문제가 아니라 ‘인사’가 문제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이완구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인사청문회에서 호되게 당한 이완구총리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인사혁신추진위원회를 신설했다.

    장관들에 대한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잘못하는 장관들은 해임건의하겠다며 군기를 잡은 뒤 나온 첫 번째 정책이다.

    이 기구는 인사혁신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범정부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조직은 벌써부터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직사회를 개혁한다며, 인사혁신처를 신설한 지 채 백일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인사혁신추진위원회와 인사혁신처의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는 해명도 내놨다.

    위원회는 방향성을 설정할 뿐 인사혁신처의 정책추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책을 제어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더구나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차관급인 인사혁신처장은 그 아래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이 위원회에서 인사혁신처가 과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인사혁신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와 관련된 기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인사수석실, 인사혁신처를 포함해 네 곳으로 늘어났다.

    업무중복과 비효율이 불 보듯 뻔하다.

    박근혜 정부 2년동안 가장 큰 난맥상으로 지적된 것은 바로 인사문제였다. 총리 후보자 3명이 줄줄이 낙마했고, 고위공직자 가운데서도 부적합한 언행과 행적으로 중도에 그만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완구 총리 역시 낙마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어렵게 임명동의를 받은 장본인이다.

    80세 고령의 인사를 공공기관의 감사로 억지로 끌어다 앉히는가 하면, 대선후보 시절 열렬한 지지 덕에 공공기관의 장으로 취임한 한 여성기업인은 국정감사에도 출석하지 않는 오만한 행동으로 비난을 샀다.

    여기에 1,2급 부처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까지 일일이 챙기는 바람에 각 부처에는 몇 달간 인사공백이 빚어지고,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박근혜정부의 인사난맥은 인사를 담당하는 ‘기구’의 문제가 아니라, 수첩에만 의존하는 ‘인사권자’의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셈이다.

    공무원의 개혁과 인사혁신은 마땅히 진행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만 국정을 운영하려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인사혁신은 이뤄질 수 있다.

    {RELNEWS:right}인사기구만 잔뜩 만든다고 꼬일대로 꼬인 인사난맥상이 풀어질 수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쓴 소리를 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가득 찬 내각과 청와대에서 개혁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어려운 일 아닌가. 장관을 ‘평가’ 할 것이 아니라 장관의 능력과 권한을 십분 발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인사혁신위원회를 또 만들 것이 아니라, 인사혁신처가 제 기능을 다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보다 ‘수첩’안의 인사를 포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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