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금융공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임원 교체 시기가 오면서 금융사와 금융공기업에 정피아 낙하산 비상이 걸렸다.
금융공기업의 경우에는 정피아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금융사의 경우에는 최근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마련한 모범규준에 상근감사 관련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금융공기업엔 관피아 대신 정피아 대거 유입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최근 비상임이사 모집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과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등을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추상적인 요건이어서 '정피아(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공기업의 감사와 사외이사의 연봉 수준은 1억~3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차량과 운전기사, 개인비서 등을 제공받는다. 물론 책임에 대한 부담은 적다. '신(神)도 탐내는 자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금융공기업의 감사와 사외이사 직은 정피아들이 꿰차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 출신 낙하산)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 자리를 전문성이 부족한 정피아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공기업 장과 감사, 사외이사 등 임원은 해당 기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에 이어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과 같이 총수입액이 적거나 직원이 적은 조직의 경우는 금융위원장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정피아들이 금융권에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공기업 감사 자리에 금융권 전력이 없는 정치인 또는 대선캠프에 기여한 인사들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내려왔다는 얘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자산 250조원대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권 경험이 전혀 없는 정수경 변호사를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정 변호사는 2012년 총선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다. 기업은행의 조용 사외이사도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 특보를 지냈고 수출입은행 공명재 감사 역시 국민행복추진위 힘찬경제 추진위원을 맡았었다. 기술보증기금 박대해 감사는 친박연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절차상으로는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금융공기업 임원을 제청하거나 곧바로 임명하게 돼 있지만 (청와대)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 금융사 사외이사에 관피아 막는 모범규준 마련됐지만 상근감사 기준은 미비금융회사의 경우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정피아의 유입 가능성을 상당 부분 차단했지만, 상근감사에 대한 자격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모범규준은 사외이사 구성 요건에 전문성·다양성·책임성·충실성의 원칙을 명시했고, 사외이사에 대해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2년마다 외부 평가를 권고했다.
다만, 모범규준에는 상근감사에 대한 자격 기준은 없다. 올해 상근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대구은행, 전북은행, 외환은행(이상 3월), 현대해상, LIG손보, 코리안리(이상 6월), 신한은행(12월) 등이다. 이들 자리에 정피아 감사가 들어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경남은행(박판도 한나라당 경남도의회 의원)와 한국투자공사(대선캠프 출신 박병문), IBK캐피탈(양종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 SGI 서울보증(조동회 사단법인 국민통합 이사장), SGI신용정보(박정웅 새누리당 지역위원장) 등에도 정피아들이 쏟아졌다.
정피아들이 금융권에 득세했지만, 금융당국은 '꿀먹은 벙어리' 노릇 밖에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금융분야는 다른 어떤 산업분야 보다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그런 자리에 경험 없는 정치권 인사가 고위직 차지하게 되는건 부정부패 요인 높인다"며 관련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