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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등 떠밀린 정치…김영란법 '졸속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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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에 등 떠밀린 정치…김영란법 '졸속 처리'

    위헌소지…법적 안정성·일관성 결여…사학 이사장 뒤늦게 포함

    3일 오후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재석 247인,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깨끗한 사회, 부패방지 등을 명분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일명 '김영란법'이 만들어졌지만 정치권이 비판여론에 등 떠밀려 법안을 졸속처리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사위의 법률제정안 심사과정에서 사립학교 이사장과 이사도 적용대상으로 포함됐다.

    김영란법 통과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금전은 물론이고 상품권, 선물, 식사비용, 접대용 술값 등 소액금품과 향응수수까지 처벌할 근거를 만들어 부패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란 기대가 높다. 과거에는 대가성이 있어도 액수가 적어 처벌하기 어렵거나 금품수수를 포착하고도 대가성이나 직무연관성을 못밝혀 처벌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는데 법망이 더 촘촘해져 처벌 여지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46위에 머물러 있는 부패지수를 한단계 끌어올리고 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법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 김용남 "배우자는 가족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가 김영란법을 워낙 서둘러 처리하는 바람에 김영란법의 체계와 자구에 갖가지 허점을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배우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한 김영란법 22조 1항, '배우자의 금품수수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족이 범인을 숨겨줘도 처벌하지 못하도록 한 형법조항과 배치되는 부분으로 위헌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 반대토론에 나서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기를 바라지만 이 법은 납득이 어려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영란법 22조 1항 2호를 불고지죄로 규정, 죄를 지은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피를 도운 친족이나 가족은 범인은닉죄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형법조항과 정면 충돌한다"며 "많은 경우 우리나라 법체계는 가족간 일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물며 국가보안법도 반국가단체 활동을 하는 가족을 신고하지 않아도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오늘부터 배우자는 가족이 아니라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자에게 형사처벌을 하도록 강요하는 법조항에 대해 위헌소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0만원 기준' 직무관련성 일관성 결여

    100만원 이상 수수는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고 100만원 이하는 직무관련성을 따지도록 한 법체계가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액을 기준으로 무조건 형사처벌하는데 대한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를테면, 105만원 수수자보다 96만원 수수자의 죄질이 훨씬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일표 의원은 3일 국회 법사위원회 발언에서 "지난번 공청회에서 한 발언자가 '99만원 받은 경우와 105만원 받은 경우 사이에서 99만원 받은 게 훨씬 죄질이 나쁠수 도 있다' 이런 지적이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돈을 준 사람이 자기상황에 따라 악용할 여지가 크고 수사기관의 악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돈을 줄때는 관계가 원만했지만 나중에 관계가 틀어져 돈 준 것을 이용해 상대방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위헌소지와 함께 여러가지 법률체계적 허점이 거론됐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문제 있는 법을 만들기 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손질해서 제대로 된 법을 만들자는 입장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입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양론이 교차했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사석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신중한 입법을 해야한다는 입장이 강했지만, 지난달 23일 법사위원회에서 여야간에 3월 3일 처리하기로 한 합의를 무산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 정치권, 여론에 등떠밀려 졸속처리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김영란법 입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고 여론을 무시하기 힘든 여야 지도부의 입장, 다가오는 재보궐선거, 이른바 '친부패'라는 비판여론 등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3일 CBS 기자와 만나 "개인적으로도 김영란법에 반대하고 만나는 다수 의원들도 모두가 반대하지만 막상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결국 제대로 수정해서 입법절차를 거쳐도 될 것을 서둘러 처리한 데는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법의 안정성보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지난달 23일, 3월 3일 처리에 합의한 뒤 법사위원회는 김영란법을 소위에 회부하거나 전체회의에 올려 단 한 차례도 논의한 적이 없었다.

    ◇ 국회 법사위, 비판 두려워 체계 자구심사 포기

    본회의 처리 당일인 3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체계와 자구를 심사한 게 전부였다. 당연히 법적인 안정성이 떨어지고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홍일표 의원은 3일 법사위에서 "저도 이 법이 처리되는 과정에 대해 반성문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정무위를 통과한 법이 법사위에 회부됐으면 고유권한을 발휘해서 소위에 회부해 체계 자구심사를 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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