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중 1억 명, 연 관중 700만 명, 사회인야구 50만 명이라는 수치가 말해 주듯이,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데는 어떠한 동력이 작용했을까?
야구를 소재로 잊히거나 관심 밖에 있는 비주류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두 편의 흥미로운 영화가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일 개봉하는 '그라운드의 이방인(감독 김명준, 제작 ㈜인디스토리)과 다음달 2일 관객들과 만나는 '파울볼'(감독 조정래·김보경, 제작 티피에스컴퍼니)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1980년대 고교야구를, 파울볼은 최근 해체된 국내 첫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다뤘다.
프로야구가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던 데는 주류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독려해 온 비주류의 힘이 작용했다는 점을 두 영화는 오롯이 증언한다.
◇ 한국 야구 숨은 영웅들 '그라운드의 이방인'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의 한 장면.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그라운드를 가득 메운 채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관중들, 표를 구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경기장.
현재의 프로야구 열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풍경은 1980년대 고교야구 경기가 펼쳐지던 그라운드의 모습이다.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프로야구가 출범하기에 앞서 한국을 들썩였던 고교야구의 전성기 시절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그 시절은 자연스레 우리 역사의 아픔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명준 감독은 전작인 다큐멘터리 '우리학교'(2007)를 통해 재일조선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생활상을 각인시켜 줬다.
김 감독은 "처음 연출 의뢰를 받고 야구라는 소재에 자신 없었는데 '600여 명의 재일동포 학생 야구인들이 한국 야구사에서 영영 잊혀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묘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전작을 통해 다져 온 재일동포 사회와의 유대감과 책임감으로 지금은 잊힌 야구 영웅들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냈다.
김 감독은 "애초에 이 영화를 기획하며 스스로 야구와 스포츠를 잘 모른다는 점을 많이 의식해야 했지만 '어떤 개인이든 역사의 아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제에 밀착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재일동포들의 역사와 그들을 바로 알고자 했던 이번 작업을 통해 관객들이 그 편린이나마 재미있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 야구사상 가장 용감했던 도전 '파울볼'
고양 원더스 홈페이지 캡쳐 화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창단부터 외면 받은 해체까지, 누구나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몰랐던 1093일의 기록.
영화 파울볼은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과 그가 이끌었던 국내 첫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1년 9월 창단한 고양 원더스는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이자 프로야구 진출의 꿈을 키우는 모든 이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는 비상업적 목적의 기부구단이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프로야구 신인 선발에서 지명받지 못하거나 구단에서 방출되는 등 좌절한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선사한 고양 원더스.
이 구단은 창단 당시 김성근 감독은 물론 최향남 김수경 등 프로야구 스타급 출신 선수들, 전직 대리운전 기사, 헬스 트레이너 등 독특한 이력의 선수 구성으로 '외인구단'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