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심했어' 미국 도전을 접고 6일 친정팀 KIA와 역대 최고액에 도장을 찍으며 복귀를 결정한 윤석민. 사진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진행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때 모습.(자료사진=오대일 기자)
윤석민(29)이 결국 돌아왔다. 지난 2013시즌 뒤 메이저리그(MLB)의 부푼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지만 1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를 밟게 됐다.
윤석민은 6일 친정팀 KIA와 계약금 40억 원, 연봉 12억5000만 원 등 역대 최고액인 4년 90억 원에 계약했다. KIA 관계자가 이날 오전 미국 LA에서 윤석민을 만나 도장을 찍고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엄밀히 말해 윤석민의 MLB 도전은 실패다. 단 1경기도 빅리그에서 뛰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가 국내 복귀한 모양새다. KBO 리그 MVP 출신의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가 났다.
▲2년째 초청받지 못한 빅리그윤석민은 지난해 볼티모어와 계약할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3년 575만 달러(약 61억 원), 옵션 포함 최대 1325만 달러(140억 5000만 원) 적잖은 액수였다. 류현진(28 · LA 다저스)가 2012시즌 뒤 맺은 6년 3600만 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옵션을 포함하는 버금가는 규모였다.
하지만 지난해 윤석민은 빅리그 입성에 실패했다. 이미 스프링캠프가 진행될 2월 계약을 맺었고, 비자 문제까지 겹쳐 준비가 소홀했다. 트리플A에서도 23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ERA) 5.74로 인상적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윤석민의 볼티모어 입단식 모습. 왼쪽은 벅 쇼월터 감독.(자료사진=볼티모어 홈페이지)
올해 절치부심, 재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지구 우승에 이어 월드시리즈 정상을 노리는 볼티모어에 윤석민의 자리는 없었다. 빅리그 40인 로스터에 빠진 것은 물론 캠프에 초청받지 못했다.
계약 2년째부터 생기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볼티모어로서는 윤석민을 빅리그 25인 로스터에 올리면 내려보낼 수 없다.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를 선뜻 빅리그의 한 자리를 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윤석민이 스프링캠프에서 빠진 이유가 됐다. 사실상 전력에서 소외된 셈이다.
장고 끝에 윤석민이 복귀를 결정한 배경이다. 구단의 반대에 부딪혔던 2011시즌 뒤에 이어 다시금 추진해 이뤘던 해외 진출의 꿈이 끝내 접혔다.
▲날개 단 호랑이, 후배들에겐 값진 교훈
하지만 국내 팬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재도약을 노리는 KIA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최고 인기팀으로 분류되는 KIA가 윤석민의 가세로 최근 몇 년 동안 부진을 떨친다면 KBO 리그에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
볼티모어에서 제대로 기량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윤석민은 엄연히 MVP 출신이다. 2011년 17승5패 ERA 2.45, 탈삼진 178개로 승률(7할7푼3리)까지 4관왕에 올랐다. 이후 주춤했지만 언제든 10승 이상을 해줄 수 있는 정상급 우완이다.
KIA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선동열 감독이 재계약 뒤 팬들의 반발로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김기태 감독이 부임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이스의 귀환은 KIA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올해 KIA가 약하다고 하지만 김 감독이 팀의 케미를 끌어올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형, 우리가 잘할게요' 윤석민의 복귀는 해외 진출과 성공을 노리고 있는 김광현, 강정호, 양현종(왼쪽부터) 등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자료사진=SK, 노컷뉴스, KIA)
윤석민의 복귀는 후배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시즌 뒤 해외 진출이 무산된 27살 동갑내기 좌완 김광현(SK), 양현종(KIA)에게는 산 교훈이 된다. 한 차례 MLB행이 좌절된 이들은 돌아온 윤석민을 보며 녹록치 않은 상황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미 구단과 계약을 했더라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반면교사의 교훈이다.
일단 윤석민은 돌아왔다. MLB의 꿈은 펼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본인과 KBO 리그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그의 복귀는 슬프지만 그래서 반갑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