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흉기피습 사건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사드 즉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배치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야당에서는 정부에서 아직 도입결정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정부가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여당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에 찬성하는 당내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대정부 질문에서 집중 거론한데 이어 이제 원내대표로서 당내 의견을 집약해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사드가 입법문제는 아니지만 결국은 국방예산의 문제이고 북한의 핵공격을 어떻게 막아낼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국가안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이므로 당이 치열하게 토론하겠다는 뜻이다.
유 원내대표의 이날 사드발언은 원유철 정책위 의장의 전날 간담회 발언과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방송출연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은 사드와 관련해 중국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드는 그 자체로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리퍼트 대사사태와 연관지어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달말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정책의총에서 영유아 보육법이나 공무원연금 문제와 함께 치열한 당내토론을 거쳐 의견을 집약하겠다는게 유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유 원내대표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와 킬체인이 허술하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며 "당의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결정은 정부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철 정책위 의장은 "미국은 주한미군과 가족들을 북한 핵과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드배치를 고려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상존하는 만큼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외통위원장도 CBS와의 통화에서 "사드의 필요성에 대한 최신 자료를 본적이 있다"면서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배치나 도입에 대해 반대할 일이 아니지만 결정은 정부가 하고 국회를 설득해야 할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의 원내지도부인 원내대표와 파트너인 정책위 의장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사드 배치와 도입논의에 속도를 더하는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까지 사드배치와 도입론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정부는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까지도 미 국방부, 미국 정부가 사드미사일을 한반도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하는 결정을 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한국 정부나 국방부에 어떠한 협의나 협조요청도 온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미국의 결정, 결과를 두고 보고 협의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우리 정부 판단에 따라서 우리 국익을 최선으로 해서 결정하고 판단할 계획"이라며 그동안의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국방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드가 완벽한 방어체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제보다는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배치와 도입의 필요성이 확산돼 가는 추세이다.
또 한민구 국방장관 역시 지난해 말 이후 사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여당에서 봇물을 이루는 '사드논쟁'이 예사롭게 들리지는 않는다.
이와관련 한 군사전문가는 "국방부가 사드도입 필요성과 관련해 이미 여당 지도부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RELNEWS:right}이에대해 야당은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이후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을 빗대 마치 까마귀 날자 배떨어지는 격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인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리퍼트 대사피습과 사드도입을 연계하는 것은 정치적 과잉"이라면서 "우리 한반도는 종심이 짧아 사드도입은 무의미하고 중국과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여당이 한미동맹차원에서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못하는 이야기를 여당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심이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 같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가 아니라 저고도와 중고도 미사일 방어체제를 앞당겨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