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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차라리 51.6%에 '부정수급'을 許하라

기자수첩

    [뒤끝작렬]차라리 51.6%에 '부정수급'을 許하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이완구 국무총리의 차남에 이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두 아들도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치부 박초롱 기자가 보도한 <[단독]억대연봉 이병호 장·차남, 건강보험 '8년간 무임승차'> 기사를 먼저 읽어보시죠.

    서민들도 없는 월급에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건보료이다 보니,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 후보자의 장남은 홍콩 한 증권사의 고위직 임원으로 연봉이 3억 9천만원,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중인 차남은 연봉이 1억 4천만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후보자의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돼, 지난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에서 거둔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한 채로 매년 한국에서 공단부담금을 수급해왔다는 겁니다. 냈어야 할 금액만도 1억 5천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억대 연봉자의 '격'에 맞는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드러난 이완구 총리의 차남 역시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미국계 로펌에 근무하면서 2억 3천만원가량의 연봉을 받는데도,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아버지나 형의 지역세대원 자격을 유지해온 거죠.

    지난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연봉에 맞춰 냈어야 할 건보료는 연간 720만원. 총 2400만원의 건보료를 내지 않은 채 공단부담금을 수급해온 셈입니다.

    당시 이완구 후보자는 "아들이 홍콩에 근무중이어서 보험료 납부 문제를 잘 몰랐을 것"이라고 사과했었죠. 정말로 미안했던 건지, 3년치 미납료 가운데 1년치를 납부하기도 했습니다.

     

    두 고위 공직자의 자제들처럼 건보료를 내지 않은 채 보험 혜택만 누려온 피부양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2천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가입자의 40%에 육박하는데요.

    특히 이 총리의 차남이나 이병호 후보자의 아들들처럼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얌체 수급'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매월 꼬박꼬박 상당 금액의 건보료를 내온, 저 같은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겠죠.

    실제로 저렇게 높으신 자제분들처럼 잘 벌면서 '테크트리'까지 잘 타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감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사회보험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그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데요. 소득이 4천만원을 넘는데도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4827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고액 연봉자나 자산가들이 최소 연간 152억원의 건보료를 회피한 채 혜택만 누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지역가입자 명의 부동산이 누락돼 부과되지 않은 건보료만도 17만여 세대에 355억원이나 된다고 하네요.

    물론 이러한 '얌체 수급' 문제가 하루 이틀만의 얘기도 아니겠죠. 정부가 소득 기준에 맞춰 피부양자 자격을 대폭 강화하겠다, 또 고소득자의 건보료는 더 높이는 방향으로 부과체계를 개선하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고소득층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 발표 직전 이같은 개편안 추진을 백지화했었죠. 그러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재추진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습니다. 시뮬레이션부터 다시 한다는 건데, 언제 다시 구체적 밑그림이 나올 지도 불투명하구요.

     

    정부가 반발을 우려했다는 '고소득 피부양자' 그룹. 여기에 총리의 아들이나, 국정원장 후보자의 장·차남까지 줄줄이 포함돼있는 사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그래도 나랏일 하는 분들의 자제들이니, 우리가 낸 세금으로 좀 도와드릴 수도 있는 걸까요. 역시 처세와 이문에 능하다고 우러러 받들면 되는 걸까요. 여러분들도 그렇게 공감하시니, 다들 청문회 잘 통과해서 여보란 듯 계시다는 게 저의 잠정적 결론입니다. 민주주의에서 '표'는 소중한 거니까요.

    그렇다면 지난 대선에서 현 정권에 표를 던진 51.6%, 이 분들 모두가 이런 혜택을 누리셔야 할텐데 그 대목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진정한 '포퓰리즘' 실현을 위해서라도, 이 분들 모두에게 '부정수급'을 허용하는 건 어떨까요. 원래 패자는 말이 없고, 승자는 전리품을 챙겨야 하는 걸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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