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예술가 쿠브라 카데미 (사진=유튜브 캡처)
20대 아프가니스탄 여성 예술가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살해위협으로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고 BBC와 AFP 등 외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 예술가 쿠브라 카데미(27)는 지난달 26일 아프간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적인 학대 문제를 공론화하고 고발하기 위해 수도 카불 시내에서 공연을 했다.
당초 그녀는 10분 동안 행진하려고 했으나 분노한 남성 군중들이 그녀를 막아서면서 행진을 8분 만에 멈추어야 했다.
가슴과 엉덩이 모양을 한 철제 속옷을 입고 행진한 것이 이슬람 남성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남성들은 그녀에게 돌멩이와 함께 야유를 퍼부었고 그녀는 철제 속옷을 벗고 도망쳤다.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그녀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AFP에 "군중이 나를 공격하고 밀쳤다. 택시를 타고 그 지역을 벗어나야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침묵 속에 고통을 받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공연을 벌였다"며 "몸을 완전히 감싸는 부르카조차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희롱을 당한다"고 말했다. 부르카는 몸을 완전히 가리고 눈도 그물로 가린 이슬람 여성 복장으로 대부분 푸른색이다.
그녀가 이같은 저항을 하게 된 것은 유년기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그녀는 "4~5살 때 누군가가 나를 건드렸다. 그에게 나는 단지 여자였다. 내 나이가 중요하지 않았다"며 "죄책감이 들었고, '그 일이 왜 내게 일어났는가? 그건 내 잘못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속옷이 철로 돼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로부터 이메일은 물론 전화를 통해 매일 살해위협을 받아 집을 떠나야 했다. 현재는 카불 교외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철제 속옷은 시골의 대장간에서 만들었는데, 만드는 데는 몇 주가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 대장장이들이 놀랐지만 가슴과 엉덩이 그림을 그려주었고, 결국은 모양대로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가슴과 엉덩이는) 남성이 여성을 보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쿠브라는 살해위협을 받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면서, "내가 지금 마주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을) 곧바로 바꿀 수는 없지만, 나는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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