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방부장, 한중관계 훼손 거론
- 中언론 "사드는 미국 이익 위한 것"
- 中서 번돈으로 미국 무기 사나? 불만대두
- 경제인센티브 제안설? 가능성 있는 얘기
- 사드배치, 中 군비확장으로 이어져
- 이번 기회에 한미관계 흔들려는 의도도 있어
- 중국, 미국 간 직접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3월 13일 (금) 오후 7시 1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선경 (CBS베이징특파원)
◇ 정관용>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국내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사드 논란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어떤지 베이징 연결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선경 특파원?
◆ 김선경> 네, 베이징입니다.
◇ 정관용> 이번주 국내에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뜨거웠는데 이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반응이 있습니까?
◆ 김선경> 지난달 초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이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중관계 훼손까지 거론하며 사드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한 바 있는데.. 이어서 중국 외교부도 사드 배치에 대한 신중하고 적절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어떤 국가라도 자신의 안보를 추구할 때 반드시 다른 나라의 안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분명히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것인데요, 최근 들어 공식적으로 다시 강조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반대라는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죠. 다만 언론과 학계를 통해서는 좀 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환구시보에는 “사드는 한국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순 없다”는 글이 실렸구요.
“한국이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며 미국의 요구에 복종한다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최저선을 손상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 정관용>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얘기하며 사드 배치 거부를 제안했다는 이런 보도가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는 부인했습니다만 중국에서 보기는 어떻습니까? 가능성이 있는 얘긴가요?
◆ 김선경> 네, 말씀하신 그런 내용은 미국의 보수 성향의 온라인 언론 매체 프리비컨이 주장한 것인데 우리 정부도 부인하고 있고 당시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외교 소식통도 그런 내용의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얘기했죠. 하지만 중국의 정서상으로는 그런 뉘앙스의 대화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사드 논란과 관련해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미국의 무기를 사 들여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시 주석이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정서가 전해질 개연성도 있구요. 또 한가지 미국의 사드 배치를 거부하는 대가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은 뒤집어 얘기하면 사드를 배치할 경우 한국과의 경제 또는 무역 관계를 축소하겠다는 미묘한 위협 아니겠습니까?
중국은 과거 일본과 센카쿠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을때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경제제재에 나서 일본을 굴복시킨바 있고... 상황이 그렇게까지 진행되긴 어렵겠지만 중국이 사드 배치를 어떻게든 막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중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서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게 현실이군요.
◆ 김선경> 네, 그렇습니다. 사실 외교석상에서 오가는 말은 대부분 정제된 말들인데 창완취안 국방부장이 장관회담에서 양국관계 손상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상당히 강도가 높은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한국 정부에 강도 높은 얘기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고요.
조금 다른 얘기니다만, 시진핑 주석은 직설적인 강경화법으로 유명한데 과거 부주석 시절에 중국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서방언론에 대해 ‘밥 먹고 할 일없는 외국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이렇게 쏘아붙인 적도 있습니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시 주석이 주최하는 회의가 끝나도 시 주석이 발언한 내용이 한참동안 정리돼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대개 회의석상에서 시 주석이 직설적이고 강경한 어조의 발언을 많이 하다 보니 발언을 정리한 문건은 이를 순화해서 작성하느라 그런 것이다”라고요. 시 주석 성격과 현재의 중국 정서를 감안할 때 정상회담에서 직설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그런 내용의 발언이 있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정관용> 중국이 이렇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드가 중국을 그렇게 위협하는 것인가요?
◆ 김선경> 중국은 사드의 직접적인 위협 외에도 사드 배치가 가져올 동북아의 안보환경의 변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드가 배치됨으로써 현재의 판이 흔들릴 경우 중국도 이에 대응할 수 밖에 없는데...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사드는 중국군 미사일부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정의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핍박에 대응해 투자를 늘려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완벽하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 역시 군비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 셈이구요. 또 북한 역시 미국이 한국·일본과 함께 MD 능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추가적인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 경우 중국으로서는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북한과 한반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고 또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약화는 당연한 결과겠죠.
또 러시아와 일본 역시 미국 중국에 대응해 군비확장에 나서면서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은 무너질 것이라고, 중국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중국은 이번 기회에 한국과 미국 사이를 흔들어 보려는 그런 전략적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 김선경> 그렇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사드를 매개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죠. 우리나라가 난처한 현실에 빠진 게 안타깝지만 현실인데.. 그렇다면 우리입장에서는 과연 미국과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따져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 사드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은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전략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측면도 강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사드는 미국과의 문제가 우선인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그런 배경 때문이구요.. 같은 차원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불만을 한국 내에서 공론화시켜 분란을 일으키고 여론을 양분해 한국의 입장 정리를 지연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어제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서 후보지를 조사했다고 공식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 찬반논란이 터져나오는 그 시점에 발표한 것인데.. 미국 역시 중국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중국을 더 흔들기 위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 정관용> 사실 사드 배치는 미국과 중국의 문제인데 한국이 가운데 끼어서 어쩌지도 못하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네요.
◆ 김선경> 사드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당면할 미중간 전략 딜레마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중 모두를 모든 이슈에서 항상 만족시킬 수 없는데 특히 군사·안보 부분은 제로섬게임의 성격이 강한게 현실입니다. 몇가지 원칙을 가지고 대응에 나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우선 고차원적 외교안보 사안을 드러내놓고 공론화하는 것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은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으면 하구요. 또 한국의 독자적인 지역안보전략을 우선 수립하고 한국의 자주적 대북 방어체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사드 배치는 현재로서는 우리의 요구와 정책에 따른 것은 아닙니다. 한국이 사드체계를 직접 사오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는 사드는 절대적으로 미국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면 미국과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로서는 이런 입장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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