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샤이니(온유, 종현, 키, 민호, 태민)가 '꿈의 무대' 도쿄돔을 삼켰다. 일본 데뷔 후 4년 만에 초대형 공연장에 입성한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5만여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14일 오후 5시 샤이니는 일본 도쿄돔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9월 발매돼 오리콘 위클리 앨범차트 1위에 올랐던 일본 정규 3집 'I'm Your Boy'를 중심으로 구성된 '샤이니 월드 2014 - I'm Yout Boy~'의 스페셜이자 피날레 공연이다.
앞서 샤이니는 일본 투어를 통해 오사카, 고베, 나고야, 후쿠오카, 히로시마, 니가타 등 20개 도시를 누볐다. 이번 도쿄돔 공연까지 포함하면 누적 관객 수가 무려 77만여 명. 샤이니가 현재 일본 내 K-POP 열풍의 선봉에 서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다.
◇ '후끈'한 인기…'샤이니 축제' 열려
도쿄 시부야 타워레코드에 마련된 샤이니 부스(왼쪽)와 도쿄돔 공연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의 모습(사진=김현식 기자)
공연 시작 2시간 전, 도쿄돔 앞은 '축제의 장'이었다. 샤이니를 보기 위한 인파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뤘다. 이들은 어깨엔 샤이니 수건을 두르고, 얼굴엔 멤버들의 이름을 페인팅 한 채 밝은 표정으로 축제를 기다렸다. 연령대는 다양했다. 그중 교복을 입은 풋풋한 10대 소녀팬과 갓 성년이 지난 20대 여성팬들의 비율이 높았다.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레논(18) 양은 "오늘이 샤이니의 날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어 아침부터 공연장에 나와 샤이니의 노래를 듣고 영상을 봤다"며 "앞으로도 일본에서 꾸준히 만날 수 있으면 한다. 멤버들의 무대를 직접 볼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일본 특유의 질서정연함은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공연장 외곽에 마련된 굿즈(goods) 판매대 앞에는 샤이니 관련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이들이 긴 줄을 형성했다.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특별한 병목현상이나 마찰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판매량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가방, 점퍼, 티셔츠, 수건, 열쇠고리, 목걸이 등이 다양한 상품은 빠르게 소진됐고, 일부는 품절될 정도였다. 이들에게 샤이니는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그룹이었다.
이날 시부야에 위치한 타워레코드에서도 샤이니의 인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현관 앞에선 다수의 팬이 샤이니의 대형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중이었고, 4층 K-POP 전문 코너 입구엔 샤이니만을 위한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신곡 뮤직비디오를 한참 지켜본 후 CD를 구매하는 이들도 눈길을 끌었다.
샤이니의 이 같은 성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소속사 관계자는 "샤이니는 단기적인 도약을 목표로 한류의 인기에 편승해 경쟁적인 빅 이벤트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정공법으로 현지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 5만여 관객 열광…거부할 수 없는 샤이니의 '마력'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쿄돔 안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5만여 관객은 숨죽여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이후 스피커를 통해 샤이니의 곡이 울려 퍼지자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화답했다.
"웰컴 투 샤이니 월드!"
본격적인 막이 오르자 열광적인 함성이 도쿄돔에 울려 퍼졌다. 오프닝 영상을 통해 샤이니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소개됐고, 무대 위 다섯 멤버가 팬들 앞에 섰다. 이때부터 도쿄돔은 '샤이니'의 것이 됐다. 샤이니는 경쾌한 리듬이 인상적인 곡 'Everybody'를 시작으로 'Lucifer', 'Burning Up', 'Sherlock'을 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후 멤버들은 정식으로 팬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먼저 태민은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우리가 이 도쿄돔에 있다"고 감사를 표했고, 민호는 "오늘이 여러분들에게 큰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온유는 "4년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늘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고, 종현은 "샤이니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 주겠다"고 선언해 큰 함성을 이끌었다.
이후 다채로운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여 현장을 찾은 팬들을 홀렸다. 멤버들은 놀이공원을 찾은 어린 아이들처럼 무대 이곳저곳을 오가며 뛰어놀았다. 첫 도쿄돔 공연이라는 점을 잊게 할 정도의 여유로운 무대 매너도 빛났다.
'완전체' 무대뿐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살린 솔로 무대도 선보였다. 종현은 국내 솔로앨범 타이틀곡 '데자-부'로 본인의 진화를 증명했고, 온유는 'Rainy Blue'로 특유의 가창력을 뽐냈다. 또 키는 DJ로 등장해 패션과 결합한 이색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펼쳤고, 민호는 '케라케라 쟌켄'으로 귀엽고 깜찍한 매력을 뽐냈다. 이어 태민이 '괴도'로 섹시미를 드러내며 정점을 찍었다.
또한 샤이니는 공연 중간중간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팬들과 교감을 나눴다. 넉살 가득한 미소로 일본식 개그를 던질 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지으며 쇼맨쉽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이 국내 취재진에겐 다소 낯설었지만, 현지 팬들에겐 익숙한 듯했다. 이 역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팬들의 성원에 감동한 샤이니 키는 공연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일본 정규 2집 수록곡 'Fire' 무대를 펼치던 도중 객석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자 멤버들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 꿈 같았던 180분…'땡큐! 샤이니'
샤이니는 이날 총 30여곡의 무대를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Replay', 'Bounce', 'Picasso', 'MOON RIVER WALTZ', 'Perfect 10', 'LUCKY STAR' 등 현지에서 발표한 히트곡들과 'Hitchhiking', 'Evil', 'Rind Ding Dong' 등 국내 앨범 수록곡은 물론, 지난 11일 발매한 일본 새 싱글 무대도 최초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팬들의 헌신적 응원도 빛났다. 이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팔목에 착용한 펜라이트를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특히 펜라이트는 곡이 바뀔 때마다 자동으로 색깔이 바뀌며 화려한 장관을 연출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멤버들을 보기 위해 망원경으로 무대를 응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 규모도 공연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가로 73.5m, 세로 46m 크기의 I자형 무대를 비롯해 총 3대의 대형 스크린, 2.5m 높이의 슬라이딩 리프트, 8.3m 높이의 리프트, 서브무대 등으로 구성된 여러 장치들은 '빛나는 샤이니'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180여 분은 빠르게 흘러갔다. 예정된 무대가 모두 끝나고 조명이 꺼지자 모두가 일제히 "샤이니"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다섯 멤버에게 흠뻑 취해버린 팬들은 파도타기까지 펼치며 앙코르 공연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그리고 다시 다섯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5곡을 더 소화하며 모두의 갈증을 해소시켰고, 이동식 무대로 도쿄돔을 한 바퀴 돌며 관객과 더 가까이 호흡했다.
'땡큐 샤이니(THANK U SHINEE)'
5만 관객의 카드 섹션과 함께한 마지막 곡 'LOVE'를 끝으로 비로소 모든 무대가 끝났다. 감동적인 팬들의 퍼포먼스에 멤버들 모두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후 서로를 얼싸안으며 꿈 같은 시간을 마음껏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