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 담당 고위당국자들이 동시에 방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를 놓고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려 하고있다.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등 불분명한 태도를 보여온 한국에게 미중 양국의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15일 방한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16일 오전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면담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인사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힌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중국 측은 사드 배치가 대북 방어용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 성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동북아 군사 균형을 깨뜨리고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사드 배치 공론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 내 여론추이에 더 민감한 모습이다.
류젠차오 부장조리는 이번 면담에서 사드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AIIB 참여를 거듭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외교 차관보 회의가 끝난 뒤에는 한미 외교 차관보 회의가 하루 간격으로 이어진다.
양국 외교 고위당국자들이 동시에 방한하는 것도 이례적인데다 공교롭게도 '뜨거운 감자'인 사드와 AIIB 문제가 한창 불거지는 시점이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오후 방한해 17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면담한다.
외교부는 러셀 차관보의 방한 목적에 대해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사건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이 굳건함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방문 결정이 내려졌고,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통상적으로 동북아 3국을 순방하고 떠나는 관례와 달리 이번엔 우리나라만 방문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러셀 차관보는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사드와 AIIB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특히 맹방인 영국의 AIIB 가입 결정으로 한국을 붙잡아야 할 명분은 줄어든 반면 필요성은 더욱 커지며 조급해진 상태다.
AIIB는 미국 중심의 세계은행(WB)과 일본 중심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응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 내에서도 국익 차원에서 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러셀 차관보가 이번 방문을 통해 사드 배치를 타진할 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