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이형, 나도 잘 하죠?" OK저축은행 송명근이 26점을 퍼부으며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주역이 됐다. (자료사진=KOVO)
"선수라면 그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다른 건 몰라도 송명근보다는 전광인이 낫다. 우리가 앞서는 것은 전광인의 레프트"라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전광인은 V-리그 공격종합 1위에 라운드 MVP도 두 차례나 거머쥔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다.
송명근도 그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더 플레이오프를 기다렸다.
그리고 신영철 감독이 보는 앞에서 분풀이를 했다. 21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송명근은 개인 최다 득점에 1점 모자라는 26점을 올리며 OK저축은행의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김세진 감독도 "오늘은 솔직히 명근이 때문에 이겼다"고 송명근의 활약을 칭찬했다.
포인트가 날 때마다 송명근은 평소보다 더 큰 액션을 취했다. 긴장감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지만, 신영철 감독의 발언에 자극을 받은 탓도 있다.
송명근은 "처음 들어올 때부터 조금 긴장을 했다. 긴장을 없애려고 포인트가 나면 크게 액션 취하고 소리 질렀더니 점점 자신감으로 바뀌었다"면서 "잘 하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래도 선수라면 그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상당히 열이 받았다. 인정은 하는데 자극이 됐다. 그래서 포인트가 나면 더 포효했다. 결과로서 나왔으니 이제 상관 없다"고 말했다.
시몬의 무릎이 정상이 아닌 상황. 송명근은 1세트에서만 14점을 올리면서 41-39, 플레이오프 역대 최장 세트 승리의 주역이 됐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서브가 일품이었다. 첫 서브부터 서재덕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곧바로 서브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특히 16-19로 뒤진 상황에서 6개의 서브를 연속해서 때리는 등 서브로 재미를 봤다. 서브 득점은 1점이었지만, 사실상 서브 득점과 다름 없는 서브를 여러 차례 꽂았다.
송명근은 "감독님께서 서브를 하게 되면 나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올라가면 진짜 세게 때리겠다고 계속 생각했다"면서 "운이 좀 따라준 것 같다. (서)재덕이형을 잡고 넘어지려고 대각선 쪽으로 짧게 때렸는데 연습했던 것을 경기 때 하게 돼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송명근이 1차전처럼 활약해준다면 상대로서는 막기가 어렵다. 시몬이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세터 이민규도 "시몬이 아프다는 생각은 잘 안 했다. 상대 블로킹 위치에 따라 토스를 올렸다"면서 "우리 팀은 명근이와 시몬이 둘 다 살아나면 상대가 막을 수 없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창단 2년 만의 쾌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