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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신, 제2의 십센치가 필요한 때"

    [기획 인터뷰] 인디, 비주류 아닌 '대세'다 ②

    '인디(Indie) 음악'이 올해로 성년을 맞았다. 상업적인 거대자본과 유통 시스템에서 벗어나 소규모 저예산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려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20년이라는 큰 언덕을 넘은 것이다.

    비주류로 인식되던 인디 음악은 이제 국내 대중음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장르로 평가받는다. 실제 인디신에서 활동 중인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기획사와 유통사 대표, 그리고 뮤지션을 직접 만나 물었다. "인디음악, 비주류 아닌 대세 맞나요?"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디=비주류? 경계는 허물어졌다"
    ② "인디신, 제2의 십센치가 필요한 때"
    ③ '나 홀로' 인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

     

    서울 홍대 인근의 한 빌딩 2층.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의 따끈따끈한 신곡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그리고 이 남자의 귀를 거친 후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다. 국내 최대 인디 음악 유통사인 미러볼 뮤직과 이창희 대표에 관한 이야기다.

    인디레이블 파스텔 뮤직에 이어 '낭만을 거래한다'는 마음으로 인디 음악을 유통하고 있는 미러볼 뮤직을 찾았다. 그리고 수많은 인디 뮤지션과 직접 교감을 나누고 있는 이 대표에게 이번 주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그런 시각이 나오고 있다는 자체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인디 음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 시선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인디 음악들이 많고, 메이저 음악과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또 어반자카파나 스탠딩 에그 등 '인디 팝'이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여기에 힙합 음악들까지 자체 레이블을 만들어서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버무려지면서 인디 음악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나오고 있다."

    미러볼 뮤직의 성장세만 들여다봐도 인디 음악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책상 하나만 놓고 시작한 사업은 어느덧 2만여 곡이 넘는(2014년 12월 기준) 곡을 관리하는 유통사로 발전했다. 음악의 저변을 넓히려는 미러볼의 시도와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려는 인디 뮤지션들이 서로 윈-윈(Win-Win)하며 성장한 셈이다.

    "2008년 말 엠넷 미디어를 나와 미러볼뮤직을 인수했다. 그땐 책상 하나만 놓고 시작했다. 마침 새로운 인디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였고, 운 좋게도 장기하, 브로콜리 너마저, 검정치마, 국카스텐, 갤럭시익스프레스 등의 배급을 우리가 맡았다. 그게 원동력이 돼서 점점 회사가 성장했다. 이젠 직원이 17명으로 늘었고, 사무실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게 됐다. (웃음)"

    음원 배급을 의뢰하는 인디 뮤지션들의 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미러볼 뮤직 직원들은 매주 4~50개 팀의 음악을 듣고, 투표를 통해 배급 여부를 결정한다. 그렇게 매월 150여 개가 넘는 팀의 창작물을 음반으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주 40여개 팀에게서 배급 의뢰가 들어온다. 그중 듣기 편한 어쿠스틱 음악들과 인디팝 같은 감성적인 느낌의 음악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그 외 록, 모던록 계열이 20%, 하드록과 힙합 등이 나머지가 30%를 차지한다."

    양적 성장만 이뤄진 건 아니다. 질적으로도 좋은 음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인디 음악이 질적으로 많이 성장한 느낌이다. 일단 제작을 하는데 필요한 기자재가 굉장히 보편화 됐다. 예전엔 무조건 비싼 녹음실에 가야 했지만 최근엔 하우스레코딩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물론 음질의 차이는 분명 있다. 그래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음악들도 상품 가치가 있는 음악이 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유통도 이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미러볼뮤직처럼 온전히 인디 음악만을 배급하는 회사는 많지 않지만, 인디가 주류로 올라서면서 대형 유통사와 기획사들도 인디에 손을 데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우리에겐 너무 강력한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웃었다.

    인디듀오 십센치(10cm)

     

    이 대표가 진정 아쉬워하는 점은 인디 음악이 갈수록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디 음악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십센치(10cm), 검정치마 수준의 인지도를 얻는 팀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문제로 꼽았다.

    "보편적이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새로운 '스타'가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주목 받는 팀들은 개성보단 보편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덕분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뭔가 특별함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한 팀을 찾아서 듣는 게 아니라 비슷한 음악을 두루두루 듣는다. 동시에 한 팀이 가진 중량감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그렇게 보면 보편성과 확확 튀는 개성이 공존했던 십센치는 참 대단한 팀이었다."

    스타의 탄생만큼 필요한 건 인디 음악에 대한 긍정적 시선들이다. 그는 "인디 뮤지션들이 아티스트로서의 자존감을 가져야 하고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어야한다"고 말했다. 또 "상업성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품성을 갖춘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좋은 평이 많이 나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러볼도 자생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자신들이 배급하는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자체 채널을 넓히고 있고, 오프라인 음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를 반영한 'K-인디차트'를 만들어 격주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또 인디 음악만을 취급하는 음원 사이트 개설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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