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월드타워 100층 돌파 기념 및 안전기원식'에서 김을동(왼쪽부터) 새누리당 국회의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박춘희 송파구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제2롯데월드가 24일 국내 처음으로 100층을 돌파했다고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기자는 전세계적으로 123층을 목표로 짓는 건물에서 100층을 돌파했다고 그룹 회장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기념식을 가졌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매우 이상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안전논란'으로 시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0층 돌파 기념식을 가졌다고 하니 롯데측의 분명히 숨은 의도가 있었을 겁니다.
25일자 서울신문은 강감찬 서울시의회 부의장(건축사)의 '123층 제 2롯데월드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했습니다.
강 부의장은 "123층 제 2롯데월드는 지난해 10월 임시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제 2롯데월드 모습은 마치 '불안의 집합체'인 것처럼 비쳐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롯데를 따끔하게 지적했습니다. "1차적인 책임은 롯데그룹 측에 있지만 제 2롯데가 위치한 지역구 시의원으로서 건축사로서 안타깝다. 공사 추진과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롯데 그룹의 노력이 부족했다...(중략)...볼트 하나, 너트 하나까지 다시 조이고 점검하는 자세로 공사에 임했어야 했다" 고 말입니다.
하지만 강 부의장의 숨은 의도는 다른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뒤에 이어지는 글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서울시의 태도다. 서울시는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정업무를 해야한다. 그런데 사고가 날때마다 지자체가 언론과 여론을 의식한다. ...(중략)..개보수를 마친 롯데월드 수족관과 영화관의 재사용 승인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시나 숨은 의도는 "서울시가 여론을 너무 의식하며 수족관과 영화관의 재사용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안타깝겠지요.
박원순 서울시장 (박종민 기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서울시에서는 롯데의 100층 돌파 기념식을 앞두고 또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롯데의 여론몰이 작업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 해프닝입니다.
롯데는 100층 돌파 기념식을 하루 이틀 앞두고 자사 출입기자들에게 기념식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초청했다고 전한 모양입니다. 일부 언론사가 서울시에 박 시장이 100층 돌파 기념식에 참석하는 지를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경위를 파악해보니 10여일 전에 롯데그룹에서 한 직원이 서울시청사 1층 안내데스크를 방문해 '초청장'을 맡기고 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100층 돌파 기념식을 연다"며 서울시장을 초대하는 '초청장'을 1층 안내데스크에 맡기다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규제기관의 장을 초대하는 초청장을 과연 1층 안내데스크에 맡기고 가는 또다른 기업이 있을까요? 단순히 서울시에 대한 '예의'를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관장 초청을 하려면 초청의 '적절한 방식'이 있을 겁니다. 서울시는 뜨악할 수 밖에 없지요. 기자들에게 서울시장을 초청했다며 언론을 통해 박 시장이 참석하는 지를 탐지하고 초청장을 안내 데스크에 접수시키는 그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요?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롯데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결론밖에는 없습니다. 100층 돌파 기념식을 앞두고 롯데월드에 입점한 상인들은 서울시에 탄원서를 냈습니다. 수족관과 영화관 재사용 승인을 빨리 해달라는 겁니다.
롯데측의 재사용승인을 위한 서울시에 대한 '여론몰이'는 이렇게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롯데는 여기에다 건물이 완공되면 2만명을 고용할 수 있다며 경제적 효과까지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RELNEWS:right}오늘날 롯데 문제의 원천은 '롯데 자신'에서 출발합니다. 롯데는 임시사용허가를 받아낼때도 '경제불황 탈출'을 명분으로 내세워 서울시를 압박했습니다. 그런데 임시사용허가를 서두른 탓에 곳곳에서 건물 하자가 발생했습니다. 마감도 제대로 해놓지 않고 손님을 끌다가 도처에서 '안전 불안'현상이 터져나온 겁니다.
특히 롯데는 건물하자가 발생했는데도 언론의 취재를 막고 시민의 불신을 스스로 키웠습니다.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롯데에 대한 불신'입니다. 그런데 롯데는 사안을 본질을 외면하고 아직도 여론몰이와 고용효과를 들먹이며 규제기관인 서울시만 탓하고 있습니다.
롯데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123층의 건물을 짓는 것으로 서울과 국가의 자부심이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요즘에는 많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자부심은 이미 20세기로 종말을 고했지요.
여론몰이 하지 마시고 롯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 할 '볼트하나 너트 하나' 더 조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