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자료사진)
장성 출신의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특산물인 곶감을 군에 납품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 뿐만 아니라 다른 군 출신 의원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앞다퉈 각종 지역 민원 해결을 요구하면서 국방행정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곶감 먹이려 다른 급식 줄여야 하나?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군 장성출신인 새누리당 A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인 곶감을 장병들의 후식이나 간식 등으로 납품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A의원의 요구에 따라 일부 지역 사단이나 군단 등의 경우 실제로 장병들의 후식용으로 곶감을 납품받았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A의원의 요구에 곶감이 일부 지역 부대에 납품되기도 했지만 A의원은 전체 부대에 정기적으로 곶감 납품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농수산물 등을 군에 납품하려는 것은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A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지역구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곶감이 풍년이 들어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군에서 군납으로 좀 팔아주면 가격하락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이자 장성출신의 선배 군인이 지역구 특산물의 군납을 요구하는 것이 군 입장에서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곶감 가격이 장병들 급식용으로는 좀 비싼 편이고 신세대 장병들이 선호하는 먹거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절 등 특정일에 간혹 곶감을 납품하는 것은 좋지만 정기적으로 납품 받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곶감을 납품하기 위해 다른 급식을 줄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성 출신으로 핵심 보직을 거친 선배 군인의 요구를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담당 부서에서 굉장히 곤혹스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군 잘아는 의원들이 더해…각종 민원 해결 요구
그런데 더 큰 문제는 A의원 뿐만 아니라 다른 군 출신 국회의원들, 그리고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도 앞다퉈 지역 민원 해결을 군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지역 농수산물의 군납부터 시작해 지역 군부대 이전, 군관련 행사나 학과 유치, 심지어 인사 민원까지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A의원은 지난 2013년에는 해병대 장교 양성을 위해 단국대에 개설된 해병대 군사학과도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대학에 설치할 것을 요구해 해병대가 전전긍긍했다는 후문이다.
또, 국방위 소속 B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모 군부대 이전을 위해 국방부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국방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A의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군 출신 의원이나 국방위 의원들이 군에 각종 민원을 넣고 있다"면서 "한 두명이면 못이기는척 들어줄 수도 있지만 이런 민원이 계속되면 전체 국방행정이 꼬여버린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