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근해에서 해군 신형 구조함인 통영함이 항해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소해함에 장착된 1,400억원대 핵심 장비가 모두 엉터리 장비였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해군이 지난 2013년부터 해당 장비의 교체를 방위사업청에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방사청은 해군의 요구를 묵살했고 결국 통영함에 이어 소해함에도 엉터리 음파탐지기가 납품돼 최초 문제제기가 있은 지 1년 반이나 지나서야 계약이 해지됐다.
◇ 해군, 통영함 음탐기 문제되자 소해함도 교체 요구군 고위 소식통은 20일 "해군은 지난 2012년 진수된 통영함에 대해 1년여 동안 운용시험평가를 거친 끝에 2013년 9월쯤 선체고정음파탐지기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당시 소해함에 장착될 선체고정음탐기 역시 통영함과 같은 업체 제품이어서 방사청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어 "구조전문함인 통영함의 경우 음탐기가 보조장비라 할 수 있지만 소해함의 경우 음탐기가 핵심 장비라는 점에서 해군 내에서 문제의식이 컸다"고 밝혔다.
바다의 지뢰인 기뢰를 제거하는 함정인 소해함에는 선체고정음탐기와 예인음탐기로 구성된 가변심도음탐기가 장착되며 소해함은 바다 속에 있는 작은 기뢰까지 정밀탐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음탐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운용이 불가능하다.
해군 관계자는 "통영함 음탐기 문제가 군 내부적으로 불거졌을 때 소해함 운용부대는 난리가 났다"면서 "잘못되면 아예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방사청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음탐기 납품업체인 H사는 지난 2014년 5월 소해함에 어군탐지용 음탐기를 장착했다.
◇ 방사청 "법적 문제로 시간 걸렸을 뿐 무시아냐"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그렇다면 어떻게 이미 2013년에 해군이 음탐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듬
해 소해함에 어군탐지용 음탐기가 장착됐을까?
방사청 관계자는 "해군의 문제제기 이후 H사에게 지속적으로 성능업그레이드를 요구했지만 업체가 자기들 멋대로 어군탐지용 음탐기를 선체에 설치해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음탐기는 선체에 장착되기 전에는 성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H사가 음탐기를 설치한 뒤에야 성능검사 과정에서 어군탐지용 음탐기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물자의 경우 슈퍼에서 물건을 사오듯이 문제제기가 있다고 해서 단번에 바꿔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적 절차를 거쳐야 돼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방사청은 결국 해군의 최초 문제제기가 있은 지 1년 반이 지난 2014년 12월 30일에야 H사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신규 음탐기 구매를 추진 중이다.
또한 해군의 문제제기가 있은 이후에도 방사청은 미국에 위치한 H사 공장을 방문하는 등 실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 관계자는 "함정에 들어가는 장비의 경우 해외까지 실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해함 3척의 음탐기 가격은 630여억원에 이른다.
◇ 즉각 조치 안해 소해함에도 엉터리 장비
방사청은 최근 자체점검을 실시해 통영함에 장착된 선체고정음탐기, 예인음탐기, 소해장비 2종(기계식, 복합식) 등 핵심장비가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결론을 냈다
고 20일 밝혔다. 이들 장비는 모두 H사와 그 관계사가 납품한 장비들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방사청이 2억원짜리 통영함 선체고정음탐기를 41억원에 사온 사실을 밝혀냈고 이어 방위사업 합동수사단은 뇌물을 받고 성능미달 음탐기를 들여온 혐의로 방사청 소속 오모 대령 등을 구속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해군이 통영함 건으로 최초 문제제기를 했을 때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했으면 소해함에까지 엉터리 장비가 장착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NEWS:right}
이어 "통영함 사건으로 오모 대령이 구속되면서 방사청의 방산물자 계약 과정에 문제가 드러났다면 이번에는 계약 이후 관리 과정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