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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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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문화연예 세월호 기획②] 소설 '목격자들'로 세월호 상처 위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연예계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계속)

    자료사진

     

    "숙향, 열여섯 살, 흥양에서 나고 자란 기생이옵니다. 팔이 길고 다리가 빨라 춤에 능했사옵니다."

    "창진, 서른 살, 흥양의 격군이옵니다.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로 칭찬을 받았사옵니다. 올해는 꼭 혼인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옵니다."

    "선영, 서른세 살, 밀양의 백성이옵니다. 관아와 동율임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았사옵니다. 차돌의 어미옵니다.

    "4월 5일 등산진 앞바다에 침몰한 소선과 관련하여 목숨을 잃은 열다섯 명이옵니다. 모두 전하의 백성이옵니다." (-소설 '목격자들' 2권 378~380p 중)

    지난달 18일 역사추리소설 '목격자들'(민음사) 출간을 기념해 '소설가 김탁환과의 만남' 행사가 열린 서울 논현동 북띠끄. 이 부분을 낭독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살짝 물기가 어렸다.

    '목격자들'은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조운선(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운반하는 선박) 침몰 사건의 비밀을 다룬다. 조운선이 전국 각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하자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규장각 서리 김진은 담헌 홍대용과 함께 왕의 어명을 받고 침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들 3인방은 논증과 추리를 거듭한 끝에, 침몰 사건 뒤에 세곡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있으며, 세곡을 징수하는 말단 관원부터 가장 큰 권력자인 영상까지 각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생명들을 숱하게 희생시켰음을 밝혀낸다.

    '목격자들'이 모티브로 삼은 조운선 침몰 사건은 오는 16일 1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이날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목격자들'을 지난 2월 25일 출간했다. 원래 책을 내면 다음날 바로 다른 소설을 쓰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글은 안 써지고, 책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을 계속 들여다봐요. 이번 작품 쓰면서 두 달간 10kg이 빠졌어요. 쓰는 내내 몸이 젖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도 그래요."

    '목격자들'은 작가가 발표해온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백탑파 시리즈'는 2007년 '열하광인' 이후 8년 만이다. 조선 명탐정 이명방, 김진 콤비의 활약상을 기다린 독자들은 목이 빠지는 줄 알았을 터.

    "방각본 살인 사건(2003), 열녀문의 비밀(2005), 열하광인(2007) 등 '백탑파 시리즈'를 쓰면서 추리소설에 회의를 느꼈어요. 소설 속에서 김진과 이명방이 흉악범을 척척 잡아들여도 세상은 오히려 악해졌으니까요."

    이후 작가는 '백탑파 시리즈' 집필을 멈추고 '밀림무정', '뱅크',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등 인간의 본질을 다룬 장편소설을 쓰는데 집중했다. 2013년 겨울 또 다른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이명방, 김진 콤비를 불러들여 희생자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참사 후 한 달 반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어요. 그런데 라디오에서 우연히 '김창완밴드'의 '노란리본'을 듣고, 매일 아침 신문에서 박재동 화백이 그린 단원고 희생학생들 초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고통에 관해 써야겠구나' 싶었죠." "예정된 이야기가 있더라도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작품으로 아픈 현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작가는 '목격자들'에 대해 "생명, 인간존엄, 목격자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수사물"이라고 했다.

    "이 책은 첫째, 인간의 탐욕과 타락이 가장 존귀한 생명을 어떻게 훼손하고 둘째, 산 자와 죽은 자의 훼손된 존엄을 어떻게 회복하며 셋째, 어떻게 하면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며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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