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비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두산그룹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산의 중앙대학교 인수 당시 벌어졌던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박 전 수석이 성사 직전까지 갔던 다른 대기업의 중앙대 인수계약을 극력 반대하고, 두산의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박범훈, 중앙대 인수 두산에 '올인'한 까닭은?지난 2008년 5월 7일 두산그룹과 중앙대 법인은 중앙대의 경영을 두산그룹으로 넘기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전 수석은 두산그룹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며 두산의 재단 입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마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수석의 노력 때문에 중대 인수에 뛰어들었음을 인정했을 정도였다.
중앙대 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상황이었고, 김희수 전 재단이사장과 학내 구성원간 갈등까지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두산을 학교 경영에 참여시키려한 박 전 수석의 판단은 절묘한 한 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에 앞서 중앙대 경영에 참여하려 했던 대기업이 있었음에도 박 전 수석이 이 기업의 진출에 극력 반대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교육계와 중앙대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대 김희수 전 이사장은 두산보다 기업규모가 훨씬 큰 A그룹과 재단 경영 참여 협상을 진행해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 의과대학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던 A그룹은 중대 인수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학교 반대파의 주장에 밀려 계약은 막판에 결렬되고 말았다.
특히 김희수 전 재단이사장의 양아들을 자처하며 친분을 과시했던 박 전 수석은 A그룹의 인수에 있어서 이례적으로 김 전 이사장과 각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이 대학 인수에서 철수하자 박 전 수석은 두산과의 협상을 주도해 일사천리로 인수전을 마감했다.
재단이사회가 두산관계자들로 모두 바뀐 뒤로도 박 전 수석의 총장직은 굳건히 유지됐다.
최근 박 전 수석의 부인이 두산타워 상가 2곳을 분양 받는가 하면, 지난해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특혜 논란이 빚어지는 등 두산의 박범훈 챙기기는 중대 인수 이후로 계속돼 왔다.
박 전 수석이 다른 대기업의 진출을 반대하고 유독 두산에만 '올인'한데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두산타워 전경 (사진=두산그룹 제공)
◇ 두산, 前 중앙대 이사장 개인 법인에 1,200억원 투입한 이유는? 두산의 중앙대 인수 당시 수림장학연구재단에 1,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은 여전하다.
중앙대측은 두산의 경영참여를 공식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두산은 인수 조건으로 중앙대 재단법인 수림장학연구재단에 장학·연구기금 1,200억 원을 조성하고 재단이사회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만 봐서는 두산이 중대에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사실 수림재단은 중대와 아무 관계도 없는 법인이었다.
수림재단은 김희수 전 중대이사장이 1990년 6월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두산은 중대 경영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재단이사장의 개인재단에 1,200억원을 기부하는 이상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두산과 중앙대가 맺은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발전을 위한 공동협약'에서 수림장학연구재단은 출연받은 기금으로부터의 수익금을 중앙대 및 소속 학생들의 발전 및 복지 등을 위해 사용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박 전 수석은 당시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수림장학연구재단이 공익재단이므로 수익금을 중앙대만을 위해 사용할 순 없다. 수익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재단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되자 중대와 두산그룹의 거래를 두고 '편법적 학교 매매'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사립학교법상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법인의 재산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은 이를 매도하거나 담보에 제공할 수 없다'고 제한돼 있는데 이를 교묘히 피해간 사실상 매매라는 지적이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재일교포 출신인 김 전 이사장은 일본에 소유하고 있는 막대한 부동산을 바탕으로 중대를 인수했지만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받았던 시기였다. {RELNEWS:right}
두산의 1,200억원 투척으로 일거에 국내 3대 장학재단으로 급부상한 수림재단의 이후 행보는 더욱 의심스러웠다.
막대한 기금을 조성한지 1년여만인 2009년 9월, 문화·예술 사업을 위해 비영리 법인인 수림문화재단을 별도로 설립하고 무려 1,000억원을 투입해 논란이 됐다.
민법상 설립된 비영리 법인은 재산의 처분에 제한이 있지만 운영 자료는 법적인 정보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 등 회계 투명성은 담보되지 못한다.
두산과 수림재단과의 이상한 돈거래에 당시 협상을 주도했던 박 전 수석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데에 당시 중앙대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