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병사가 동기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당국이 가혹행위를 당했던 공군 전투비행단 소속 정모(22) 상병을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정 상병이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자 주임원사가 하루에 2~6차례씩 정 상병을 불러 "(가해자가) 빨간 줄만 안 갔으면 좋겠다. 가해자도 내 새끼다. 군대 와서 불쌍하다"며 합의를 요구했다.
대대장까지 동참한 회유작업이 1달여 동안 계속 됐고, 심지어 가해자인 이모 상병과 김모 상병을 정 상병과 대면시키며 합의를 강요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결국 정 상병이 내용도 모른 채 합의서에 서명했고, 이로 인해 가해자 중 2명은 공소권 없음으로 징계절차만 앞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정 상병이 성인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정 상병의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상병의 아버지는 "재판정에 나가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며 "'재판 도중 아들이 몰래 쪽지 다섯 장을 주면서 '아버지 살려주세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군 전투비행단 소속 황모 상병은 지난해 10월말부터 4개월에 걸쳐 정 상병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군 검찰에 의해 징역 3년형을 구형 받아 법정구속됐다.
정 상병은 그동안 이들로부터 구타당하고 "암 덩어리", "식충이" 등의 욕설을 듣거나 성기를 잡히는 등 성추행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황 상병이 자신을 관물대에 밀어넣고 폭행하면서 다른 후임병들에게 "너희도 까불면 이렇게 된다"며 공개적으로 모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 상병은 지난 1월 8일 주임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현재 정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판정을 받아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입원했지만, 군은 정 상병에게 4월 8일까지 복귀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군인권센터는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합의를 강요한 대대장과 주임원사를 즉각 보직해임하고 사법처리하라"며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가해자에 대해서도 재수사하고 정식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한 재판을 위해 공군본부 보통군사법원으로 관할을 이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가해자 측이 피해자 부친을 만나기를 원해 대대장이 그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며 "주임원사는 가해자 처벌에 관한 정 상병의 의문에 답변하려 면담했을 뿐 합의를 종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