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연예계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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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배우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계속)
배우 최민수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트라이브 바에서 열린 '말하는 개' 신곡 발표 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월호 사건은 세월호 만의 사건이 아니에요. 우리 미래와 꿈에 대한 수장식을 한겁니다". (배우 겸 가수 최민수의 인터뷰 中)
라이브바에서 세 곡의 라이브를 끝낸 최민수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그의 생애 첫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찾아온 후배와 살갑게 인사도 나누고, 지인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취재진은 그런 최민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시점. 자신의 밴드 36.5도와 함께 시대저항 정신을 담은 곡 '말하는 개'를 발표한 그의 속마음을 듣고 싶었다.
세월호 참사와 최민수의 인연은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2014 MBC 연기대상'에서 최민수는 이례적인 수상 거부 소감을 남겼다.
"죄송스럽지만 이 수상을 정중히 거부하려고 합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요?".
3개월 후, 작은 라이브바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민수는 이보다 더 오래 그리고 무겁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되새겼다.
질문을 받고 최민수는 저 먼 어딘가를 응시하며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담배연기를 수모금 삼키고 내뱉었을까. 흰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홀로 빛나고 있는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세월호 사건은 세월호 만의 사건이 아니에요. 우리 미래와 꿈에 대한 수장식을 한겁니다, 사실은. 우리의 미래가 끊어졌어요. 아직도 고개 들고, 멀쩡하게 사는 것 같이 보이는 세상이 될 수 없어요".
그는 세월호 사건에 정치 진영의 논리가 개입될 수 없다고 보았다.
"진영논리, 흑백논리로 따져서 팩트인 사건 안에다 집어 넣어서 볼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사건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배우 최민수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트라이브 바에서 열린 '말하는 개' 신곡 발표 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어른들의 말을 믿다가 꽃다운 나이에 차갑게 죽어간 아이들.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더욱 깊게 가라앉아 기자를 응시했다.
"전체적으로 세월호 사건에 대해 딱 하나 기억하는 건, (아이들이) '여기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어른의 말을 신뢰했다는 거예요. 그거 하나만 갖고 평생을 한번 들여다봐요. 그거 하나만 갖고…. 우리를 믿었잖아요. (그런데) 우리한테 체면이, 입장이라는 게 어디있나요".
'겨울이 지나면 싹이 피지만 썩은 땅에는 싹이 자라지 않는다'. 최민수는 세월호 사건이 갑자기 벌어진 일들이 아니라고 했다. 채 피지도 못하고 진 아이들은 계속해서 입 언저리를 멤돌았다.
"항상 시련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싹은 피죠. 우리는 항상 힘들더라도 그 희망을 기대하고, 싹이 움트기를 기대하고 비릿한 세상에 희망을 갖습니다. 썩은 땅에서는 싹이 자라지 않아요. 이건 우발적으로 나온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방치를 했던 우리 자신에 대한 모습입니다. 문제는 어린 아이들이 우리를 믿었다는 거죠. 어린 아이들이…".
그에게 세월호 참사는 결코 피로한 일이 될 수 없었다.
"어떻게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그걸 가지고 피곤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말을 하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우리에게는 격이 있잖아요, 인격. 이건 인격에 대한 문제입니다. 각각 사람에게 주어진 인격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떠오를 수 있는 국가의 격이죠. 적어도 정상이라면 이렇게 떠들어서는 안될 것들입니다. 적어도 정상이라면".
짧은 인터뷰가 끝나고, 최민수는 떠나려는 기자에게 뼈 있는 한 마디를 건넸다. "만약에 기사화 할 거라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게 써주세요".
세월호 참사 1주기, 그 무게를 아는 자의 마지막 당부였다.
배우 최민수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트라이브 바에서 열린 '말하는 개' 신곡 발표 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최민수 인터뷰 전문 |
국민의 마음이 제 마음과 같습니다. 음악은 주인이 없잖아요? ('말하는 개'의) 해석은 해석하는 분 나름의 몫입니다.
(음악이) 하나의 '이즘'(Ism·주의)이 되면 안 됩니다. 만드는 자들은 멀쩡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거잖아요. 멀쩡한 게 이상한 거면 안 되잖아요. (멀쩡한) 생각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라고 한다면 암울하니까, 저는 예술하는 사람으로는 항상 가운데에 있어요.
세상은 자기 이야기를 했을 때 왜곡되게 받아들이잖아요. 이건 나를 위해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삶의 무게나 이런 것이 너무 흐트러지게 표현되고, 이렇게 되는 게 말이 안 되는 겁니다. '떠들거리만 필요하다'. 이건 아니죠.
세월호 사건은 세월호 만의 사건이 아니에요. 우리 미래와 꿈에 대한 수장식을 한겁니다, 사실은. 우리의 미래가 끊어졌어요. 아직도 고개 들고, 멀쩡하게 사는 것 같이 보이는 세상이 될 수 없어요.
진영논리, 흑백논리로 따져서 팩트인 사건 안에다 집어 넣어서 볼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사건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전체적으로 세월호 사건에 대해 딱 하나 기억하는 건, (아이들이) '여기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어른의 말을 신뢰했다는 거예요. 그거 하나만 갖고 평생을 한번 들여다봐요. 그거 하나만 갖고…. 우리를 믿었잖아요. (그런데) 우리한테 체면이, 입장이라는 게 어디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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