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를 남기고 행방이 묘연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끝내 숨진채 발견됐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한산 형제봉매표소 인근 산자락에서 숨진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시신이 수습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경남기업 고 성완종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거액을 건넨 적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가 엉뚱하게도 현 정권 핵심 실세의 정치자금으로 옮겨붙은 형국이다.
검찰은 일단 수사 과정에서 그러한 진술이나 자료 제출은 없었다며 향후 수사 여부는 법과 원책대로 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 성 전 회장은 숨진 지난 9일 오전 6시부터 약 50분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정권의 실세들에게 거액을 건넨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장소와 시간도 꽤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고 성 전 회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를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 당시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직능촐괄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 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주었다"고 말했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은 MB맨이 아니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났고 그 뒤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강조했다.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토로하던 고 성 전 회장은 "도대체 '친박'을 '친이'로 몰아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을 스스로 친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의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 제기된 친박계의 정치자금 의혹은 정치권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모두 한나라당 소속 17대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국회의원들이 억대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된다.
(자료사진)
하지만 정치자금법 공소시효 7년이 지난 데다 현 정권의 핵심 세력과 연관된 민감성 때문에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러한 진술이나 자료가 없었다"며 "향후 수사 여부는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해 일단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