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사진기자 이정용 씨가 임세희 양의 빈방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권민철 기자)
지난달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희생자 임세희 양 집에 '416기억저장소' 사람들이 세희와 관련된 물품을 수집하기 위해 방문했다.
'기억저장소'는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이미 안산지역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그 활동상이 잘 알려진 이름이다.
참사의 증거를 남기고, 흩어지는 고통을 사회적 기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사고 직후부터 기록 활동을 해 오고 있는 단체다.
사고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수집해 오던 시민 모임이었는데 지금은 416가족협의회 산하 공식기구로 활동중이다.
이날 세희네 물건과 이야기를 채집하기 위해 나선 사람은 촬영, 스캔, 유품정리 담당과 작가 등 모두 4명.
촬영 담당 이정용 사진기자도 세희의 빈방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세월호에 대한 메모리를 기억해 내자고 해서 지금까지 찍은 것과 앞으로 찍을 것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빈방이라고 해서 빈방을 돌아가면서 한사람씩 찍고 있습니다. 46명의 사진작가가 SNS 상에서 공유중인데 자율적 참여를 통해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가 말한 빈방 촬영은 희생된 학생들의 주인 잃은 방과 유품 사진을 통해 참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진행중인 빈방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다.
이달 현재 416기억저장소가 모은 사고 당사자들의 생애기록만 98명 분.
사고와 관련된 흔적을 모은 것만도 보존함 430박스, 지관(종이 보관통) 100개, 5톤 분량의 이불 등이다.
이 가운데 5톤 분량의 이불은 사고 후부터 가족들이 진도체육관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기억저장소 김종천 사무국장의 얘기다.
"이불이라는 것은 나를 감싸는 것이지만 그들에게 이불은 좀 달랐던 이불이죠. 참사 직후 대혼란 속에서 그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피눈물을 쏟으며 아이들 앞에 자기 고백을 했던 것이고 자기 고백을 통해서 자기 선언을 했던 것이고 그리고 자기 선언을 통해서 거리로 나가고 지금까지 행동하는 것이었죠. 그 과정들 속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 바로 이불이라고 본 거죠. 특히 이불은 1년이라는 세월이 내 삶과 우리 사회를 과연 바꿨는지 그때의 기억을 소환해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도록 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 거죠."
그가 처음 기록 활동에 나선 이유는 뭐였을까?
"삼풍사건, 서해훼리호 사건 그 어디도 제대로 된 기록물이 존재하지 않잖아요. 추모비만 달랑 있는 거고, 추모비가 상징하는 것도 잘 모르겠는 거고. 추모의 1차적인 것은 보존. 그 고통에 대한… 그 고통 속에서 나오는 것들에 대한 보존인 거 잖아요. 추모의 기본은 보존이고 그 보존을 통해서 끊임없이 뭔가를 형상해 나가는 것들이지 않겠나. 기억을 통해서…"
기억저장소가 물건을 통해 사건을 재조명하고 재해석하려는 거라면 작가들의 기록행위는 유족의 목소리를 매개체로 삼고 있다.
현재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종류의 기록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작가기록단이 펴낸 '금요일엔 돌아오렴' (사진=권민철 기자)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소속 13명의 작가들이 세월호 가족 13곳의 이야기를 채록한 '금요일에 돌아오렴'이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김순천 작가는 이 책을 낸 배경으로 "우리 사회가 이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무엇을 빼앗아갔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허지웅 작가도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에 관한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기록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13쇄에 들어간 이 책은 지상에서 가장 슬픈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13일 현재 5만 1천권이 판매됐다.
작가기록단은 앞으로도 희생자와 그 유족들 이야기를 추가로 낼 계획이다.
경기교육청의 경우는 약전(줄여서 간략하게 쓴 전기)을 기록중이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에 관한 것으로 희생자 모두의 이야기를 여러 권의 책에 나워 담을 예정이다.
경기교육청 안산교육회복지원단 서남철 단장의 설명이다.
"약전을 펴내는 것은 치유와 연계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취재해서 쓰는 것과 달리 그 사람의 마음도 읽어줘야 하고 다독거리면서 대화도 하면서 글로 써야 되는 거죠. 쓰는 사람들 마음에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작업이 될 것입니다. 약전 외에도 추모영상, 자료 등도 많이 남겨뒀습니다. 교실도 처음에는 없앤다고 했는데 그게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이 없자나요. 기록보존을 정확히 해서 나중에라도 볼 수 있게 할 겁니다."
1년 전 우리는 황망하기 그지없는 대 참사 앞에서 절규하고, 분노하고, 눈물 흘렸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슬픔과 분노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그 것들이 과연 모두 끝났는지 대답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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