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연예계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배우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
⑦ '세월호 1주기'…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남긴 것
⑧ 형제자매들…"부모님 앞에서 슬픈 내색 못해요"
⑨ [르포] '아고라' 된 광화문 광장…꿈틀거리는 시민들
⑩ 배우 정진영 "세월호는 '비극'…유가족 발언 '경청'해야"
⑪ '표현의 자유'…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다
⑫ '제자리서 맴맴' … 세월호 이후 '재난보도’는 그대로
⑬ "세월호를 연극으로? 도저히 못하겠더라"
⑭ 임형주 "세월호 1주기, 발언 주저하는 상황 슬퍼"
⑮ '추적 60분' PD "그 분들은 매일 4월 16일입니다"
⑯ 슬픔 토해내세요"…세월호 아픔 치유하는 공연 무대에
⑰ 김미화 "정치인은 말장난…코미디언이 쓴소리
⑱ '세월호' 직시한 카메라…'진실' 건져 올리는 '진심'(계속)
미디어몽구의 한 손에는 캠코더가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그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짧은 영상을 SNS에 공유하고, 밤에는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편집해 올린다. (유연석 기자)
세월호 가족들의 기자회견이나 집회 현장에서 열에 아홉은 그를 볼 수 있다. 한 손에 휴대폰을, 나머지 손에 캠코더를 든 그는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다. 그가 찍어 올린 사진과 영상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진다. '좋아요'나 '공유' 수만 놓고 보면 웬만한 언론보다 파급력이 크다. 바로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김정환)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큰 세월호 가족들이지만 미디어몽구만큼은 믿고 지지한다. 세월호 가족들이 "우린 다른 언론 다 필요 없다. 몽구님만 있으면 돼"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미디어몽구는 칭찬이 분명한 이 말에 기분이 좋기보다 안타까움이 앞선다. 세월호 가족 입장에서 믿을 만한 언론이 자신뿐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란다.
"실종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면 주변에 아는 기자도 없을 뿐더러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방법 같은 것도 모르세요. 그래서 저에게 주변 기자들에게 전해 달라고 하시죠. 저도 아는 기자들에게 문자나 SNS로 와 달라고 보내요. 그런데 현장에 와 보면 기자가 없거나 한두 명 있거든요. 그러면 가족들이 그래요. '다른 언론 없어도 돼. 우리는 몽구님만 있으면 돼'라고요. 저는 이런 말 들으면 가장 안타까워요. 제가 큰 힘도 없고 온라인상에 알리고 그러는 건데, 저에게 의지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비극인 것 같아요."
◇ "세월호 가족들, '몽구님만 있으면 다른 언론 없어도 돼'라는 또 하나의 비극"
마감 때문에 이미 기자들은 취재를 마치고 빠진 시간, 미디어몽구는 끝까지 현장에 남아 촬영을 곳을 찾아다녔다. (유연석 기자)
미디어몽구에게는 특별한 취재 원칙이 하나 있다. '행사 1시간 전에 도착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게을러지지 않으려고요. 바라보는 시선, 이런 걸 유지하기 위해서죠. 주류 매체들은 중간에 빠지곤 하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국가인권위원장이 용산참사 유가족분들에게 망언을 한 적이 있어요. 용역들이 앞을 막고 있었는데, 기자들 있을 때는 못하더니 다 빠지니까 강압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때 유가족분들이 절 보시더니 '몽구가 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는 세월호 가족에게 다가갈 때 카메라를 앞세우지 않는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 줄 뿐이다. 가족들이 먼저 "취재활동 한다는데 왜 카메라 안 들고 오냐"고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 이 과정은 미디어몽구 자신에게도 '어떻게 알려야 할지'를 진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다.
"취재하는 데 불편함도 있고, 몰래 찍다가 쫓겨난 적도 있어요. 다만 피해자분들을 많이 만나려 애쓰죠. 남들이 다 외면하니까 저라도 가서 힘이 돼 드릴까 하고 다가갑니다. 제 카메라는 언제나 피해자의 눈이에요. 이를 이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단지 피해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할 뿐입니다."
그가 세월호 가족들과 보낸 시간도 1년이 지났다. 그는 주류 언론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들이 세월호 가족, 특히 실종자 가족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언론이 유일하게 알릴 수 있는 디딤돌이자 다리인데, 정작 (언론은) 외면하고 있고, 1주기 끝나면 묻힐 것 같고 그게 걱정이에요. 그래서 항상 트위터에서 활동하며 얘기하는 게 있죠. '박근혜 정부 욕하지 말고 언론을 꾸짖어라. 그래야 나라가 서고 사회가 나아진다'고요."
◇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밑바닥"…깊은 사유 담아낼 줄 아는 '시민성'
미디어몽구. (유연석 기자)
"막상 일이 터지고 대한민국의 밑바닥까지 본 거잖아요. 그런 거 보고 나니까 '뭐지? 왜 내가 교과서에서 본 거랑 다르지? 왜 어른들이 나한테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 준 거랑 틀리지?' 그런 격차가 너무 심한 거예요."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밑바닥 같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저는 딱하나예요. 나중에 동생 만나러 갔을 때 떳떳하게 얼굴 볼 수 있는 어른이 돼서 갈 거예요."
미디어몽구가 최근 웹에 올린 '저는 세월호 희생자 학생 언니입니다'라는 제목의 약 9분짜리 영상은 도보행진을 하는 고(故) 최윤민 학생의 언니 윤아 씨를 담고 있다. 윤아 씨 옆에서 함께 거리를 걸으며 그녀의 말과 몸짓을 충실히 기록하는 카메라는 참사를 겪은 한 젊은이의 생각과 실천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도록 돕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한예종 영상원 교수)는 이 영상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피해자 모델'을 극복한 윤아 씨의 모습이 기록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했다.
"영상 속 윤아 학생은 피해자의 위치를 넘어서 있어요. 말하는 주체라는 점, 그 언어가 아래로부터의 체험과 사유로 얻어낸 대단한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경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죠. 그 사유가 이뤄지는 공간이 '거리'라는 점도 의미심장해요. 몽구 씨는 롱테이크(하나의 숏을 끊김없이 담아내는 촬영 기법)로 이를 담아내면서 그 사유가 끊기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전 대표는 미디어몽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특징으로 '소박함'을 첫손에 꼽았다.
"보통 작가나 저널리스트들은 자기 시각을 그럴 듯한 어투나 형식으로 뽐내려 하는 성향이 있는데, 몽구 씨의 영상은 자신이 작가라고 전제하지 않는 듯이 단촐하고 소박해요. 소위 '빈곤한 현장'에서 약자의 입장에 서는, 반엘리트적이고 민중적인 '시민성'이 담담한 감동을 부르는 거죠. 저는 저널리즘의 기본인 밀착취재의 전형을 몽구 씨에게서 보게 됩니다."
◇ "언론 매체는 '학교'…언론 제자리 찾기는 진영·세대 구분 넘어서는 모두의 과제"
미디어몽구. (유연석 기자)
전 대표는 사회적 약자, 특히 젊은이들이 미디어몽구의 콘텐츠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데 대해 "그들의 생각을 확인시켜 주고, 앎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눈높이 교육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 젊은이들은 편하게 다가오고 존중할 만한 스승을 갖지 못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어려운 말만 쓰는 밉상, 소위 '꼰대'들의 말에는 귀기울이지 않죠. 한참 생각이 많아졌을 젊은이들의 요구와 갈망을 몽구 씨의 콘텐츠가 채워 주고 있는 셈이죠."
여기에는 지난 1년간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단적으로 확인된, 주류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확인된 주류 언론의 태도는 재난에 고통받고 상처받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깊이 다가서려는 의지가 없었어요. 그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을 때 유족들이 혐오감을 드러낸 이유죠. 결국 언론인으로서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 품성과 기술,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캐낼 수 있는 정치·역사·사회학적 지식이 결여된 데 따른 결과죠."
이는 주류 언론이 국가의 검열과 차단으로 인해 사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저널리즘의 기본 역량을 지닌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배제돼 온 탓이라고 전 대표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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