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국민안전처 회의실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성완종 스캔들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는 이완구 총리를 내버려 둔 채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해외순방길에 올랐습니다. 하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입니다.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식물 총리에게 국정을 맡기고 떠나는 대통령이 마음이 꼭 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15일 세월호 1주기 현안점검회의에서 뜬금없이 부정, 부패 척결을 강조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도 부정, 부패 때문에 발생했다고 박 대통령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월호 유족에 대한 위로나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습니다.
16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완구 총리 (사진=윤철원 기자)
◇ 이완구 총리가 16일 추모식이 열리는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유족들의 항의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당초 이완구 총리는 국민안전처에서 주관하는 국민안전다짐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성완종 스캔들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참석이 보류됐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외면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부랴 부랴 안산으로 향했지만 이미 수습불가 상황.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는 이완구 총리. 이래 저래 사면초가에 놓였습니다.
◇ 안산 합동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간. 16일 오전 코엑스에서는 국민안전처가 주관하는 '국민안전다짐대회'가 열렸습니다.
행사 이름에서 7~80년대의 냄새가 물씬 납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걸핏하면 OO다짐대회라는 관변 주도의 행사가 열렸고, 학생이었던 우리들은 무슨 행사인지도 모른 채 뙤약볕에 몇 시간씩 서 있고는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만들어진 국민안전처가 정작 세월호 추모행사는 외면한 채 과거 관변행사 같은 '안전다짐대회'를 여는 이유가 뭔지 참 궁금합니다.
◇ 얼마 전 한 해경 간부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팽목항에서 200일이 넘도록 시신 수습작업을 현장 지휘한 그는 해경이 해체 되고 국민안전처로 흡수된 뒤에도 같은 보직을 맡고 있습니다. 안전처 장관이 휴일도 거르지 않고 상황보고를 받는 바람에 세월호 사고 이후 365일이 다 되는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말 피곤하고 초췌한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험한 물살과 시계 확보도 안되는 열악한 상황에서 진행된 사체 인양작업이 쉬웠을 리 없습니다. 더구나 해경에 대한 비난 여론도 그에게는 정말 큰 부담과 상처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대화 도중 나눈 얘기 가운데 '이제 세월호 사고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꼼꼼히 살펴보면 세월호 사고에서 해경은 큰 잘못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그의 고생과 노고는 백번 이해 하지만, 구조적인 부패와 정부의 무능으로 생때같은 목숨이 300명이나 숨졌는데 그걸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구요? 해경이 시신 인양작업조차 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고 했단 말입니까? 이렇게 한마디 내뱉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눌러 참았습니다.
◇ 15일 오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느닷없이 예정에 없던 일정을 비서실에 지시했습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을 방문하기로 한 겁니다. 장관들이 세월호 1주기에 열리는 추모행사를 외면한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에 경중이 있을 리 없지만, 예정에 없던 일정까지 만들면서 희생자가 많은 안산 분향소를 놔두고 굳이 인천으로 향한 이유는 뭘까요.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정부와 청와대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당신들에게 세월호는 정말 어떤 의미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