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대형 공공공사의 입찰 담합 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이 떨어질 전망이다.
이 공사의 과징금 규모는 6천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알려져 직전 최대였던 호남고속철도의 담합 과징금을 능가할 전망이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2일 전원회의를 열고 한국가스공사[036460]가 발주한 가스 주배관 1·2차 건설공사 담합에 대한 과징금 처분 수위를 확정했다.
가스 주배관 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관로를 설치하는 공사로 1차 사업 17개 공사 구간은 2009년 5월, 2차 사업 8개 구간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구간별로 나눠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됐다.
이 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총 23개사로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의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중견 건설사까지 대거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낙찰 여부와 담합 가담의 경중에 따라 과징금 규모를 확정, 조만간 개별 건설사에 과징금 액수를 사전 통보하고 다음달 초 처분 수위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업계는 이들 23개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최소 6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월 단일 공사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호남고속철도의 4천355억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것은 공정위의 통보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공정위가 이전 담합 처벌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과징금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소 6천억원에서 최대 9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낙찰금액에 따라 업체당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배분될 전망이다.
실제 한 대형 건설사는 이번 주배관 공사 담합 처분에 대비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305억원의 예상 과징금을 당기순이익에서 제외했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담합의 처분시효가 5년인 점을 들어 2009년에 발주된 1차 18개 공구는 담합 처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1·2차 사업 모두 연장선상에 있는 동일 사업으로 간주해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가스 주배관 공사에 대규모 과징금 부과가 예상되면서 건설 담합에 따른 과징금 규모가 연내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대강 1차 턴키사업(1천115억원)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담합 판정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가스 주배관 공사를 제외하고도 이미 1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앞으로도 이미 담합 판정이 예고된 새만금 간척사업 방수제 공사 등에서 추가 제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이와 같은 대규모 담합 처분이 계속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비롯해 부정당업체 지정에 따른 공공공사 입찰 제한으로 수주마저 끊길 수 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경영상태가 좋지 못한 중소 건설사는 물론, 일부 대형 업체들도 빚을 내서 과징금을 내야 할 판"이라며 "담합행위는 분명 잘못됐지만 업체의 수행능력 등은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하는 정부의 발주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던 만큼 공공공사 입찰 제한이라는 '이중 제재'라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잇단 담합 제재가 '제2의 중동붐'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해외공사 수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하는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하되 과거 관행에 대해서는 잘못을 경감해주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