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극장가에 돌풍을 몰고 온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주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0)가 최근 한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 도중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났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과거 자신에 대한 약물중독 관련 질문이 나오자 보인 돌출 행동이다. 마블 히어로 '아이언맨'을 맡아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켜 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사실 아이언맨보다 더 '아이언맨' 같은 삶을 살아 온 배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2008)에서 최첨단 과학기술로 빚어낸 강철 슈트를 입고 히어로로 변신하는 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 역을 맡게 됐다고 했을 때 그를 아는 영화팬들은 나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극중 토니 스타크는 '건방진' 히어로의 원조 격이다. 반듯한 인상과는 거리가 먼 토니 스타크는 자신만만하고 까칠한 언행 탓에 이기적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더욱이 최악의 살상무기를 만들어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기업의 수장(물론 나중에 손을 떼기는 하지만)이다.
토니 스타크 역을 뽑는다고 했을 때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줄을 섰다. 그런데 원작자와 감독의 선택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내면의 균형을 찾아가는 인물이 토니 스타크"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 아홉 살에 아버지 영화로 배우 데뷔…청년시절 말 그대로 '비극'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는 미국의 독립영화 감독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배우가 된 것도 아버지 덕이 크다. 다섯 살에 아버지의 영화 '파운드'(1970)로 데뷔한 그가 맡은 역은 강아지였다. 사람들이 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었다.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아버지는 어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버지의 범상치 않은 영화 9편에 내리 출연하면서 그의 자아도 색다른 색을 띠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청년이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비극의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나이 열일곱에 뉴욕에 둥지를 튼 그는 오디션에 매달리면서 아르바이트로 연명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에 의존하던 그는 급기야 싸구려 마약에 중독되기에 이른다.
그런 그를 수렁에서 건진 영화가 '회색도시'(1987)다. 실제 자신과도 닮은, 극중 약물과 알코올에 의지하는 청년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또래 20대 배우들이 범접하기 힘든 연기력을 과시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다.
그리고 기적과도 같은 영화 '채플린'(1992)이 그의 손을 잡았다. 아쉽게도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놓쳤지만, 언론 들은 "진정한 승자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내가 그전까지 했던 모든 연기는 이 영화에서 쓸모 없었다"고 했을 만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스로도 이 채플린을 연기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 배우 생명까지 위협한 약물중독…재활 뒤 '건방진 히어로'로 거듭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자료사진/노컷뉴스)
연기력에 있어서 손에 꼽히는 배우로 입지를 굳혀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하지만 길목마다 그의 손발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약물중독이었다.
그는 영화 촬영장에서조차 마약 테스트를 받을 만큼 약물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이로 인해 끊임없이 구설수에 휘말렸고, 감옥에도 여러 차례 들락거렸다. 수 년간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고비마다 약물의 유혹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러한 일이 쌓일수록 영화계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해지기만 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고, 대중에게도 잊히고 있었다.
평생을 몸담아 온 영화판을 쉽사리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다잡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재활에 성공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거장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