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직후 시작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경선이 친노 대 비노의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29 재보선에서의 참패가 '친노에 대한 호남민들의 반감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를 완화하고 친노계를 견제할수 있는 비노계 원내대표가 선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안철수 전 대표가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 '비노계'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는데 친노계 원내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비노계 의원으로는 이종걸 의원과 김동철 의원이 꼽힌다. 최재성 의원의 친노 색채가 가장 짙고 설훈, 조정식 의원은 범주류로 분류된다.
이종걸 의원은 '호남발 신당론'을 주장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의 통합과 단결을 통해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며 "천 의원과의 대화창구 역할을 하면서 야권 분열을 사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겠다"
는 취지의 말을 했다.
광주 민심 이반이 심각한 만큼 호남 출신의 김동철 의원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의 심장이라는 호남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라며 "당이 호남을 무시하고 홀대한다는 인식의 확산 또한 지금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며 호남출신임을 부각시켰다.
김한길계나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진영에서는 재보선 표심에서 나타난 것 처럼 당이 지나치게 주류·친노 중심으로 경도되는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런 비주류 인식의 기저에는 이번 재보선 참패 역시 광주호남민심이 친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시각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당 주류 내부에서는 문재인 대표체제 강화를 위해서라도 대표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주류가 친노후보를 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당내 가장 큰 세를 보유한 친노주류의 지지향배가 어디로 쏠릴 지에 따라 경선의 승부가 갈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계' 인 조정식 의원은 비주류에 속하지만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친노와의 관계도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세균계, 즉 범친노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이나 민평련계에 속하면서도 동교동계의 막내인 설훈 의원도 문재인 체제에 힘을 실어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설 의원은 재·보선 이후 '문재인 체제 강화론'을 주장해 왔고 4일 예정된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의 결속과 흔들림없는 정국주도권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재보선 참패와 조만간 발등의 불이 될 내년 총선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총선승리가 후보자들 사이 최대이슈이자 공약으로 떠올라 있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3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친노 쪽에서 조직적으로 누구를 지원한다는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원내대표경선은 그야말로 후보자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냉정하게 판단될 기회이기도 하다"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