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복지재정과 지방교육재정 누수를 막겠다며 '54개 실천과제'를 확정, 올해 3조원 규모의 재정 절감에 착수했다.
하지만 상당수 과제가 지역 복지사업과 교육재정 등을 겨냥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8일 오후 추경호 국무조정실장로 주재로 14개 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세부 실천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달초 당시 이완구 총리 주도로 이뤄진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 방안'의 후속 조치로, 다음주 예정된 중기재정전략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기로 한 54개 과제는 △정보시스템을 통한 누수 차단 △부정적수급 근절 △유사 중복 복지사업 정비 △재정절감 인프라 강화 등 '4대 중점 분야' 35개 과제를 비롯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운영 개선 5개 △우수 부처 및 지자체에 포상금 지급 등 관리방안 14개 과제로 구성됐다.
먼저 부적격 대상자에 대한 각종 급여 지급을 막기 위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연계정보를 기존 59종에서 62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자소득'과 '일자리사업 참여소득', '고용보험 신고소득' 등 3종이 추가로 연계된다.
또 복지대상자의 자격 변동 조사 주기를 연2회에서 월별 또는 분기별로 단축하는 한편, 사망자에 대한 정보 연계도 늘려 복지급여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주택기금 전세대출을 중복수혜하거나, 보훈대상자의 LPG보조금 부정수급 여부, 사무장병원에 대한 집중 점검도 해당 부처별로 이뤄진다.
부적정 수급 신고에 대한 포상금과 보상금 한도 역시 현행 1억원과 20억원에서 각각 2억원과 3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이와 함께 중앙부처의 360개 복지사업 가운데 중복되거나 유사한 48개 사업을 통폐합, 올해 안에 300여개 안팎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특히 지자체의 복지사업 1만여개에 대해서도 6월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자율 정비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교원 명예퇴직비 교부방식 합리화 △학령인구 변동을 고려한 교원배치 효율화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 마련 등을 중심으로 개선을 추진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중앙에서 1조 8천억원, 지방에서 1조 3천억원 등 최대 3조원 넘는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성과가 뛰어난 부처와 지자체엔 인센티브를 차등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수 부처의 경우 연말에 7억 5천만원의 포상금을, 또 우수 지자체엔 특별교부금과 함께 지역발전특별회계 차등 지원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허리띠 졸라매기' 방안을 두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절감 기대치로 제시된 3조원의 구체적 내역이 불분명한 데다, 지역 자치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가령 정부는 지역 복지사업 통폐합을 통해 7천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예산 빼가기'로 여길 개연성도 높다. 재정 절감액을 긴급구호와 노인 복지 등에 투입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이는 역으로 '선별 복지'를 위한 예산 재배치로 해석될 수 있다.
가뜩이나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허덕이는 지역 교육청들 역시 그간 요청해온 교부율 상향은커녕 '감축 조치'로 느낄 수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중앙정부가 '지방재정법 처리'와 연계한 목적예비비 배분 역시 국회 상황으로 인해 지연되면서 '보육대란'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추경호 실장은 "현장에서 국민들이 '복지 축소'로 오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며 "중앙과 시도, 시군구의 3단계 추진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