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웨딩라운지 제공)
주말이면 호텔이나 결혼식장 주변은 북새통이다. 결혼식 때문이다. 가장 기쁜 날이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에게 가장 피곤한 날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남의 눈을 의식해 자신의 수준에 버거운 체면치레를 하느라 힘겹다. 신랑, 신부와 그 부모는 물론 하객도 마찬가지이다. 모두들 가장 중요한 것은 빠뜨린 채 겉치레에만 매달리고 있다.
신랑, 신부의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복잡한 결혼 준비를 대행해주는 웨딩컨설팅업체는 보편화 됐다. 예식장과 웨딩업체는 혼주들의 과시욕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과도한 횡포를 부린다. 원치 않는 상품을 묶어 패키지로 끼워 파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할인'이 아닌 '할증' 패키지인 셈이다. 턱없이 비싼 상품가격, 옵션 강요, 팁 요구 등으로 혼주들을 괴롭힌다.
하객들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이다. 형식적으로 가야 할 결혼식이 많다 보니 금쪽 같은 주말을 반납해야 한다. 교통지옥을 뚫고, 축의금 내고 식권을 챙기고 신랑·신부·혼주와 눈도장을 찍고 우르르 밥 먹으러간다. 이 일을 지난주에도, 이번 주에도, 다음 주에도 해야 할 것이다.
거기다 '준 만큼 받자'는 정서 덕분에 축의금 명부는 채무증서가 된 지 오래다. 이사를 가도 교회는 안 옮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몇 십 년 동안 뿌린 축의금을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식대가 10만 원이 넘는 특급호텔 결혼식의 청첩장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혼주들에게 눈총 받기 싫어 결혼식에는 가지 않고 축의금만 다른 사람 편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진=웨딩라운지 제공)
2015년 결혼비용 통계를 보면 한국은 2억 808만 원, 중국은 7천653만 원, 미국은 4천329만 원으로 우리는 미국보다 5배나 많이 결혼비용을 소비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결혼비용이 세계 최고인 이유는 무엇일까?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상대 집안에서 요구한다면, 혹은 철없는 자녀가 떼를 쓴다면 대출을 해서라도 체면을 살리고 본다.
남들만큼은 나도 받아야 한다는 과시욕도 한몫 한다. 정작 당사자는 결혼 과정에서 소외된다. '평생에 한번'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판박이 결혼식으로 끝나버린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결혼하는 당사자의 돈이라면 연봉 이상의 돈을 하루에 다 쓸 수 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자녀가 능력도 안 되는데 호화 결혼식을 원한다면 분명 경제교육을 잘못 받은 것이다. 또 형편도 안 되면서 자녀를 도와주려고 빚을 진다면 부모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이처럼 부모의 등골이 휘어감을 보면서도 자식들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이제부터 생각을 전환하자. 호화결혼식의 거품도 빼야 한다. 비용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예식장이나 웨딩업체에게 당당하게 묻고 따지며 합리적인 결혼 준비를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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