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사퇴 국면을 돌파할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혁신위원회가 위원장 선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거절함에 따라 문 대표를 고민에 빠뜨렸다.
혁신위원회 구성조차 어려워지는 등 문재인표 수습책이 무위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조국 교수의 혁신위원장 거절로 당 대표 체면이 구긴 21일 김한길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친노에 대한 반격의 포문을 엶으로써 문 대표와 김 전 대표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있는 중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날 "우리 당에 문 대표나 친노만 한 기득권이 없다"며 "과거 정치는 무조건 나쁘고 문 대표는 새 정치니까 좋다는 건 억지이자 위험한 발상"이라고 정면으로 반격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문 대표는 친노 좌장으로 있기에 안타깝다. 결단을 고대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성명 발표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을 싸잡아 기득권·과거 세력이라며 종북몰이식 정치 공세를 폈다"면서 "친노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패권정치를 청산하기만 하면 우리 당의 고질적인 계파주의가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그러자 문재인 대표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낡은 정치와 단호히 결별하겠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새 정치의 길로 가겠다"고 맞섰다.
문 대표도 과거의 수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모드로 전환했다.
문재인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지난해 7.30재보궐 선거 패배 때는 친노가 공격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더니 이번엔 김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공격한 것이다. 공수가 전환됐다.
친노와 비노의 감정의 앙금이 깊다는 반증이자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같이 못살겠다는 이혼 전 단계의 갈라서기에 접어든 형국이다.
한 의원은 "이제 친노와 비노가 갈라설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노 세력이 문 대표의 사퇴를 정면으로 제기한 만큼 문 대표가 버티면 또 다른 반격을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분당을 주도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을 깨고 신당 창당을 주도해 통합민주당을 만들었다.
문재인 사퇴론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손학규계, 지역으로는 호남 지역 의원들이 가세할듯한 태세다.
문 대표와 친노가 김한길 전 대표를 강하게 반격하면 할수록 비노의 원심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친노 진영엔 딜레마다.
이런 반 문재인 기류에 김부겸 전 의원과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동조할 개연성이 있다.
본인들은 일단 당내 갈등과 내홍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입을 닫고 있으나 친노 대 비노의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친노보다는 비노 쪽 선택지에 눈길을 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
김부겸 전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당 혁신위원장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공감혁신위원장과 원내대표 낙마를 당 내 강경파인 친노와 486운동권 출신들이 주도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그들과 당을 같이하는 데 대해 고심을 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의 분란이 두 갈래의 헤쳐모이는 식으로 전개된다면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전 대표, 이해찬 전 총리로 움직일 것이고, 비노 진영은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의 연합 진영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노 세력에는 전남 강진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이 태풍의 눈으로 힘을 보탤 수 있다.
문재인 대표와 친노 세력이 이런 대결 구도를 감안해 다각도의 전략과 전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선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
문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갈등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해법이 없으며 그렇다고 갈라설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세균 전 대표도 "현 시점에서 문 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고 당을 화합하고 혁신할 해법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일단 두 장이다.
첫 번째 카드는 1보 전진을 위해 2보를 후퇴하는 것이다.
바로 던지지 않고 '혁신통합위원회' 같은 비상대책위원회(최고위원회 대체 기구) 같은 비상 대표 기구를 구성해 각 계파 수장들을 동참시킨 뒤 자진 용퇴하는 방식이다.
대선 후보로서만 남겠다는 일종의 '소프트랜딩' 방식이다.
그러나 친노 측근들의 반대가 자심할 것이다.
따라서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정면돌파 방식으로 나올 것이다.
비노 세력을 기득권에 안주하는 구태 정치 세력으로 몰아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을 벌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