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을 사칭해 13억 원을 가로챈 대출사기 조직이 적발됐다(대구경찰청 제공)
강원도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A씨(39).
3천만 원의 카드론 빚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 2013년 4월 6.4%의 금리로 최대 6천만 원까지 대출을 해준다는 모 은행의 광고 문자메시지에 현혹됐다가 큰 낭패를 봤다.
채권설정비용이 필요하다는 상담원의 말만 믿고 어렵사리 마련한 560만 원을 송금했다가 고스란히 떼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챈 전국 최대 규모의 대출사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1일 사기 혐의로 국내 자금 관리인 이모(30)씨와 콜센터 상담원 등 26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총책 박모(42)씨 등 일당 19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1년 대구와 중국 연태시 등 6곳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국내 시중은행을 사칭해 "보증보험료나 채권설정비를 보내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고 피해자들을 꾀었다.
일당이 이런 방법으로 2013년 1월부터 9개월간 가로챈 돈만 13억 4천만 원.
의사, 공무원, 취업준비생 등 피해자 214명이 적게는 20만 원에서부터 최대 6천3백만 원까지 떼였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관리 계좌에 입금된 돈이 15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 피해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당은 가짜 금감위 인증 QR코드가 찍힌 접수증과 위조한 은행 재직증명서를 보내주는 방법으로 수상쩍게 여기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강신욱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은 시중 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다가 신용등급이 낮아 퇴짜를 맞은 명단이 담긴 개인정보 DB를 입수해 범행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
경찰은 대출을 미끼로 개인 통장이나 체크카드 또는 보증금을 요구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