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긴장하세요." 오승택이 롯데 내야진을 긴장시키고 있다. (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지난 22~24일 열린 LG와 3연전. 롯데는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선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황재균은 21일까지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 중이었다. 대신 프로 통산 100타수가 채 안 되는 오승택이 3루수로 출전했다. 황재균 공백이 우려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오승택이 일을 냈다.
3연전 첫 경기에서 3안타 2타점을 몰아치더니 23일 두 번째 경기에서는 3연타석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5타수 5안타 7타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안타 2개를 치며 3루수 황재균에 대한 기억을 싹 지워버렸다.
덕분에 롯데 내야의 기상도도 흔들리고 있다.
이종운 감독은 지난 26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황재균은 이번 주부터 괜찮다고 하는데 무리를 안 시키려 한다. 오승택이 잘 해주고 있다"면서 "황재균 뿐만 아니라 다른 내야수들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 롯데 내야진은 3루수 황재균, 2루수 정훈, 유격수 문규현으로 꾸려지고 있다.
최근 수비가 흔들리긴 했지만 정훈 역시 26일 SK전을 앞두고 타율 3할1푼5리를 기록 중이었다. 문규현은 타율 2할7푼9리지만, 실책 5개로 10개 팀 주전 유격수 가운데 손에 꼽히는 수비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황재균은 말할 필요 없는 롯데 간판 타자다.
"오승택이 그렇게 치니까 확실히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는 이종운 감독의 말대로 롯데 내야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자극을 받은 모양새다. 오승택이 3연타석 홈런을 친 23일 LG전에서는 황재균이 대타로 나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더니, 26일 SK전에서는 정훈이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4타점 맹타를 기록했다. 문규현도 튀지는 않지만,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정훈은 "최근 수비에서의 잦은 실수로 인해 생각이 많아져 심란했다"면서 "수비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공격에 대해 내려놓고 편안하게 타석에 들어선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공격이든, 수비든 팀에 도움이 되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승택도 만만치 않다. SK전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선발로 출전한 최근 4경기에서 17타수 11안타, 홈런 4개를 기록했다. 수비도 안정을 찾고 있다.
오승택은 "홈런 이전 두 타석을 너무 못쳤다. 더그아웃에서 김민호 수석코치가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요즘 감이 좋으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쳐라'고 조언했다. 그 이후 생각을 비우고 가볍게 쳤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최근 타격에서 자신감이 붙다보니 수비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데 수비 역시 이전보다 좋은 모습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