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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국민 겁주는 '메르스 괴담' 처벌 가능할까

    • 2015-06-01 11:54

     

    비공개 정보 많아 SNS서 유언비어 확대 재생산…보건당국 서툰 대처 지적도
    병원 업무방해·환자 명예훼손 등 혐의 적용 가능성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발병 원인이나 감염 경로 등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메르스 방역을 맡은 보건 당국과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힌 일반 국민 사이의 불가피한 정보 격차 때문에 한 번 퍼진 유언비어는 좀처럼 진화되지 못한 채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경찰은 당국의 의견을 들어 괴담 유포자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상당수 유언비어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실제 사법처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어떤 메르스 괴담 돌았나 =지난달 20일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환자의 국내 유입을 처음 확인한 직후부터 카카오톡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괴담이 빠르게 퍼졌다.

    주요 내용은 메르스의 치명적인 위험성, 환자가 치료받은 병원, 환자의 인적 사항 등이었다. 상당수 소문이 진실과 거짓을 섞어 전부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찌라시' 형태였다.

    "굉장히 전염이 잘 되고 치사율이 무려 40%, 백신이 없고 접촉만으로도 감염된다. 해외에서 우리나라가 긴급 재난 1호 상황이라고 실시간 뉴스로 뜨고 있다. 에볼라나 사스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소문은 메르스 감염 환자 1천142명 중 465명(40.7%)이 사망했다는 보건 당국의 공식 발표에 근거해 작성된 듯 하지만 '긴급 재난 1호' 등 허위 사실을 포함해 공포를 키웠다.

    "6번 환자가 오늘 새벽 ○○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고 한다. 중환자실이 폐쇄됐다고 하니 그 병원 근처에는 안 가는 것이 좋겠다"라는 소문이 퍼지자 해당 병원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 병원은 "본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환자실을 정상 운영하고 있다. 확진 환자가 사용한 침상은 철저히 소독한 후 현재 비워뒀다"고 밝혔다.

    의료진 권고를 무시하고 중국 여행을 강행한 K씨의 구체적 인적 사항이 카카오톡으로 공유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일부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광범위한 유언비어 왜 퍼졌나 = 잘 알지 못하는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대중의 막연한 불안에 근거해 유언비어가 널리 확산하는 현상은 역사적으로 셀 수 없이 반복돼왔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하자 유대인을 원인 제공자로 지목해 학살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몇 해 전 사스나 신종플루가 퍼졌을 때도 감염자 수에 관한 괴담이 돌았다.

    중세 시대의 유언비어가 질병의 원인이나 감염 경로에 관한 무지 탓에 생겼다면, 현대의 유언비어는 감염병의 방역과 관리를 담당하는 보건 당국과 일반 국민 사이의 정보 격차 탓이 크다.

    최근에는 특정 사실을 단시간에 광범위하게 퍼뜨릴 수 있는 SNS가 발달해 유언비어 확산이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메르스 관련 괴담 역시 보건 당국이 첫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 병원의 위치, 다른 메르스 환자들의 구체적 신원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일파만파 퍼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정보 비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 병원을 공개할 경우 감염 가능성이 없는 시기에 해당 병원을 이용했거나 거기 종사하는 사람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비공개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일부 전문가는 보건 당국의 서투른 대처를 지적하기도 했다. 당국이 애당초 '인적 접촉에 의한 감염'이 아닌 '병원 내 감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탓에 호흡기 전파에 의한 감염 불안을 키웠다는 내용이었다.

    ◇ 메르스 유언비어 형사처벌 가능성은 = 경찰은 메르스 관련 인터넷 글을 모니터링해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복지부 의견을 들어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수사 기관이 유언비어 유포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형법상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이다.

    형법 314조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업무를 방해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원의 양형기준은 징역 6개월∼1년 6개월 수준이다.

    정보통신방법 70조는 비방 목적을 갖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히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했다.

    엄밀히 따지면 메르스와 관련, "○○ 병원 근처에는 안 가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작성하거나 퍼뜨린 사람은 이 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10번째 메르스 환자인 K씨의 구체적 인적 사항을 공개한 사람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허위 사실이 아닌 사실을 퍼뜨린 경우에도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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