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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저균 사고, 주권국가답게 대응하라

칼럼

    [사설] 탄저균 사고, 주권국가답게 대응하라

    • 2015-06-01 14:55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싱가포르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 있는 탄저균이 배송된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사과와 책임자 문책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실수라고 밝혔고 국방장관이 사과까지 했으니 넘어가자는 식으로 이 문제가 처리돼서는 안된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탄저균은 100㎏을 살포하면 최대 3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대량살상 무기다.

    이런 탄저균이 아무런 관리 통제도 없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주권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만일 제3국으로부터 미국 내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보내졌다면 미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 것인가?

    혹시라도 있을 테러 용의점에 대해 철저히 수사를 하고 또 살아있는 탄저균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허점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미국측이 이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 국방부는 이번 탄저균 사태를 지난달 22일 인지하고도 우리 정부에는 사건 발생 5일이나 지난 27일에야 통보했다.

    주한미군이 탄저균 배달사고를 통보해오기 전까지 정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부가 모르는 또다른 유사행위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주한미군측은 탄저균 실험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그동안 미군기지에서 비밀리에 북한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실험과 훈련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주피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수십개에서 백개에 이르는 생화학 표본을 24시간 이내에 정확히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나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탄저균 표본을 비롯한 다른 치명적인 균주나 물질이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당장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사건 당사자인 미군이 이제 안전하다고 말한 것만 믿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진상규명을 명확히 하는 것과 함께 재발방지 차원에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의 개정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탄저균 국내 반입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채로 반입할 경우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사실상 밀반입으로 명백한 범죄행위와 다를바 없다.

    주한미군이 생화학 무기 등 치명적 병균을 국내로 반입하고 보유하는데 대한 우리 정부의 개입·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SOFA의 개정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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