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해 전염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한 여행객이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공포에 이어 병원 명단 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란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선별진료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은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응급실 입구 바로 옆에 마련된 진료소에는 하늘색 방염복 차림에 고글까지 쓴 의료진이 혹시나 찾아올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비하고 있었다.
임시 텐트가 설치된 이곳에는 2일 오전에만 2명이 메르스 의심 증세를 호소해 검진을 받았다.
텐트 안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응급실 안에 있는 간호사와 연결돼 문진을 한 뒤 의료진이 선별진료소로 나와 직접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한때, 최근 여행에서 두바이를 경유했다며 메르스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찾아와 의료진과 취재진이 잔뜩 긴장했지만 체온과 호흡곤란 여부 등에 대한 검사에서 특이사항이 없어 그대로 귀가조치됐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보이면 즉시 질병관리본부가 지정한 병원으로 이송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국립의료원은 컨테이너박스를 가져다 메르스 선별진료소를 마련했다.
마스크 등으로 무장한 의료진이 종일 대기했지만 이날 오후 4시까지 찾은 이는 없었다.
이들 두 곳의 병원 풍경과 마찬가지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의 절대 다수가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병원 곳곳에는 '최근 14일 이내에 바레인, 예멘 등 중동 지역에 체류한 적이 있으면서 발열 또는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있는 환자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 달라'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건강검진을 받는 아버지와 동행했다는 이소연(45·여) 씨는 "이곳에 확진 환자가 나왔다고 들었는데, 한 달 전에 검진 예약을 해놔서 다시 잡기도 어려울 것 같아 들렀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또다른 환자는 "요즘 날씨가 좋아서 병원 벤치에서 점심을 먹곤 했는데, 그것도 위험하다는 말이 있어 조심하고 있다"며 긴장이 한껏 고조된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