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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난데없고 뜬금없는 '고1 투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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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칼럼]난데없고 뜬금없는 '고1 투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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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6월 항쟁의 핵심 구호는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였다. 호헌 철폐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집중됐다. 유신 이후 '통대'(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등이 뽑던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자는 요구였다. 당시 전두환 정권과 여당인 민정당은 직선제 개헌이라는 전 국민적 요구를 폭력적으로 억눌렀다. 전두환의 폭정은 임기 마지막 해인 1987년 절정에 달했고, 그 과정에서 박종철과 이한열이 죽임을 당했다. 결국 87년 6월 전 국민적 항쟁이 폭발했고 정부 여당은 직선제 개헌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6월 항쟁으로 25년만에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정작 그해 12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투표할 수 없었다. 당시 선거 연령이 만 20세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입학하면 만 19살. 재수해서 들어온 학과 동기들이 그 때만큼 부러웠던 적은 없었다. 동시에 상당히 부당하다는 생각도 했다. 당시 민법상 성년도 만 20세였으나 19살이던 나와 대부분의 학과 동기들은 음주와 흡연 등 성인들에게만 혀용됐던 행위들을 사회적 제지없이 자유롭게 하고 있었다. 젊은 혈기로 친구와 멱살잡이라도 할라치면 지나가던 '진짜' 어른들이 "지성인들끼리 왜들 이러십니까"라며 어른 대접으로 말렸고 이 말에 우리도 어른스럽게 해결하려 애쓴 기억도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독립된 성인으로 인식되던 만 19살 대학 1학년생이었다. 그럼에도 유독 선거권만큼은 만 20세 이상으로 제한됐던 때였다.
     
    이런 불일치는 2005년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9세로 인하되고 2011년 민법이 개정돼 성인 기준도 만 19세로 내려가면서 해소됐다. 그러나 2020년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다시 인하되면서 성인 기준과 선건 연령이 또 틀어진 상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최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선거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자고 공개 제안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직선제 개헌 이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선거 연령 인하에 소극적이었다. 30년 전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만 18세를 주장했을 때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만 20세 당시 기준을 고수했다. 2005년 선거법 개정 때는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만 18세를 주장한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만 19세로 맞섰다. 2020년 만 18세(고3) 인하 때도 새누리당은 '학교가 정치판으로 바뀔 수 있다'며 학령 조정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랬던 보수 정당이 지금은 선제적으로, 두 살이나 낮춰 고교 1학년까지 투표권을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난데없고 뜬금없다. 선거 연령이 인하된지 5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정치 개혁의 현안으로 떠오른 것도 아니다. 지금도 성인 연령(만 19세)과 선거 연령(만 18세)의 불일치 문제가 있는데 선거 연령이 만 16세로 되면 더욱 커지는 괴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성인 기준을 만 16세로 낮출 것인가?
     
    세계적으로 봐도 선거 연령이 만 16세인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다. 쿠바와 에콰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등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과 OECD 국가 대부분은 만 18세를 적용하고 있다.
     
    민주주의도 교육받고 훈련받아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민주주의는 '내 맘대로, 우리 맘대로 할 자유'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12.3 내란 계엄과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 일부 폭도들이 '민주주의'를 내세워 폭력과 파괴, 난동 행위를 일삼은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공교육 현장에서 민주주의 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동안 보수 정당은 학교 내 민주주의 교육을 권장해왔는가? 이같은 질문에 국민의힘이 흔쾌히 답하지 못한다면 선거 연령 16세 인하는 선거용 '표 계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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