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고 어쩌라고' 4일 경기 전 전날 1000안타를 때려낸 삼성 최형우(왼쪽부터)를 칭찬하던 류중일 감독은 박한이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자료사진=삼성)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롯데전이 열린 4일 경북 포항야구장.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훈련을 하던 4번 타자 최형우를 불러세웠다. 전날 하지 못했던 최형우의 개인 통산 1000안타에 대한 격려를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류 감독은 전날 최형우의 기록 달성을 알지 못했다. 이에 앞서 워낙 큰 대기록이 수립됐기 때문이었다. 이승엽이 3회 KBO 리그 통산 최초의 400홈런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LG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터라 류 감독을 비롯한 전 선수단, 취재진, 팬들의 이목은 모두 이승엽에만 쏠렸다.
이런 가운데 최형우는 8회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통산 72번째 1000안타를 달성했다. 류 감독은 "형우가 안타를 날린 뒤 '그저 쳤구나' 하고 아무 생각없이 대주자와 교체를 시켜줬다"면서 "나중에 김한수 코치인가 와서 1000안타라고 알려줘서 뒤늦게 나가서 하이파이브를 해줬다"고 털어놨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류 감독은 최형우의 기록을 인식하고 있었다. 3일 경기 전 류 감독은 "형우가 지금까지 999안타를 쳤는데 오늘 치면 1000안타"라면서 "하지만 이승엽도 치면 묻히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였다. 이승엽의 홈런이 터지자 최형우의 기록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 류 감독은 "전광판에도 최형우의 1000안타가 뒤늦게 뜨더라"고 웃었다. 구단 직원 역시 이승엽의 홈런에 온 정신을 집중시켜 최형우의 안타를 신경쓰지 못한 것.
하루가 지나 류 감독은 "형우야, 1000안타 축하한다"고 따뜻하게 격려했다. 이에 최형우도 "감사합니다"며 답례했다. 여기까지는 뒤늦었지만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결국 삐치고 만 선수가 있었다. 다름아닌 '꾸준함의 대명사' 박한이였다. 최형우와 함께 캐치볼을 준비하던 박한이는 류 감독의 칭찬을 듣더니 "와, 나한테는 한 마디도 안 해주시더니 4번 타자만 챙긴다"며 짐짓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이에 당황한 류 감독은 "너는 무슨 기록이 없지 않았느냐"면서 "너는 뭐였는데?"라고 억울한 듯 되물었다. 박한이는 "지난해에 많이 있었습니다"고 항변했고, 류 감독도 졌다는 듯 박한이와 함께 웃었다. 지난해 박한이는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와 세 자릿수 출장, 통산 1000득점 등의 기록을 세웠다.
'통합 4연패'를 넘어 5연패에 도전하는 류중일 감독. 좋은 선수들이 많은 것은 즐겁지만 챙겨줄 기록이 많아 골치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