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성진지오텍 부실인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산업은행과 포스코 M&A실, 미래에셋 자산운용사 등 세 곳의 당시 역할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전날 산업은행 M&A실 관계자와 포스코 M&A실 관계자 등 3명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4일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자산운용사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가격에 인수가 이뤄진 부분을 업무상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정황을 파헤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전 성진지오텍 회장)은 공범으로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수사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포스코 고위관계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포스코가 당시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성진지오텍 주식을 책정하고, 미래에셋사모펀드로부터 같은 시기에 성진지오텍 주식을 인수하면서 매긴 가격이 '비상식적'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3월 11일 이미 보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BW) 446만주를 전 회장에게 주당 9,620원의 가격으로 매각한 이상한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그 당시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결정이 내려지기 불과 6일 전으로,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가지고만 있어도 이득을 볼 수 있던 성진지오텍 주식을 당시 주가인 1만 2,000원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전 회장에게 넘겼다.
이로 인해 전 회장은 무려 110억여원의 이득을 챙겼고, 그 만큼 산업은행은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전 회장이 마치 일종의 '딜'이 있었던 것처럼 자신있게 산업은행에 성진지오텍 주식 인수 매입을 추진한 점, 산업은행 울산지점과 성진지오텍 간 작성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인수계약서'에 우선매수권 부여 조항이 없는 점 등도 수상한 대목으로 꼽힌다.
아울러 검찰은 포스코가 '키코' 투자손실로 인수 결정 직전 3개월 동안 평균 주가가 8,200~8,300원대에 불과하던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2배 가량 비싼 주당 1만 6,331원 가격에 사들인 점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성진지오텍 주식 794만주를 추가 매입할 때 주당 가격은 만 천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주식 인수는 특혜로 볼 만한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주식 인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은 95%가 인정된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은 1/3 수준만 인정됐다.
결국 검찰은 전 회장의 성진지오텍이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인정 비율보다 훨씬 고가에 인수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분 인수할 때 가격 차이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경영권 프리미엄 인정한 걸 감안해도 가격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