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35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확진 전 강남 일대를 이틀 동안 다니며 수천명과 직·간접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나흘이 지나도록 접촉자 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보건 당국의 이 같은 안이한 대처로 인해 추가 감염자라도 나온다면 강남은 물론 서울시 전체가 전례 없는 대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강남의 대형 병원 의사가 메르스 1차 확진 환자로 판명된 것은 지난 1일이다.
전날 고열로 격리조치 된 지 하루만이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이 환자의 전날 행적 등에 대해 별다른 파악을 하지 않았다.
시청이나 구청 등 지방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이 환자가 2차 확진 검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결국 이 환자는 4일 2차 확진 검사에서도 역시 양성으로 판명됐다.
결국 1차 확진 판정에서 2차 확진 판정까지 나흘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보건당국 대신 서울시가 그의 행적을 뒤늦게 파악해 보니 이 환자가 격리되기 전 이틀 동안 자신의 병원과 여러 다중시설을 수차례 오간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달 30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동안 자신이 근무 중인 병원 대강당의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어 저녁 6시부터 1시간가량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특히 뒤이은 1시간 30분 동안에는 양재동의 대형 빌딩에서 진행된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
이 총회에는 1,565명이나 모여 있었다.
다음날인 31일에도 그는 고열을 동반한 기침이 나오는 몸을 이끌고 오전 9시부터 1시간가량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어 몸이 급격히 안좋아진 그는 밤 9시 40분쯤 모병원에 격리되기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 환자가 격리되기 전까지의 동선을 바탕으로 직간접 접촉자만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RELNEWS:right}
결국 보건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날려버린 셈이다.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마디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환자가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1,565명 전원에 대해 우선적으로 외부 출입을 강제적으로 제한되는 자택격리 실시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정부의 조치가 미온적이여서 지방정부로서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절박한 심정으로 시민들께 협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