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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복지부 '비밀주의'가 또 '대형사고' 쳤나

    서울시vs복지부 '진실게임' 양상…메르스 '정보 은폐' 지적도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 직전 1500여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4차 감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보건당국에 위험을 알렸지만 사실상 무시당했다고 밝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보건당국이 민감한 정보를 고의로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던 터라,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4일 밤 긴급브리핑을 열고, 35번(38) 환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열린 한 재건축 조합 행사에 참석한 바람에 1565명이 메르스 감염 우려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서울 D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인 35번 환자는 14번(35) 환자와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은 3차 감염자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감염 의심환자'로 분류돼 병원측으로부터 자택격리 통보를 받았고, 문제의 행사 참석 이튿날인 31일 시설에 격리된 뒤 1일 1차 양성 판정을 거쳐 4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특히 보건복지부가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4차 감염 위험도 수차례 경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주관 대책회의에 참석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4일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에 사실 공표 및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35번 환자의 이후 동선이나 재건축 조합 행사 참석 명단 등 기초적인 정보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복지부는 행사 참석자를 능동감시하겠다는 의견을 보냈다"며 "미온적인 조치로는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명단을 입수, 복지부 등에 제출하고 적극적인 공개와 대책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4일 저녁 대책회의를 거치면서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렀다"며 "조치가 미온적이어서 지방정부로서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조합명단 확보를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으며, 35번 환자와 접촉한 가족 3명 및 병원 관계자 49명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4번 환자의 확진 판정 사실을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에 '지연 통보'한 데 대해서는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보건당국의 행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35번 환자의 확진 사실도 이틀이나 늦게 발표했다.

    심지어는 14번 환자가 증상 발현 이후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사흘 동안 또다른 병원에 입원했던 사실도 일주일 가까이 숨기기도 했다. 이 병원에서의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세계 최초로 3차 감염 사망자가 된 대전의 36번(82)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사후에야 확진 판정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확진 사실도 4일 오후 사망자가 격리됐던 병원과 유가족에게 몰래 통보했다가 공개되자, 부랴부랴 공식 자료를 내기도 했다. 만약 이렇게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빨라도 5일 새벽에나 발표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메르스 방역 대응 정보를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국장은 "정부는 의료 대혼란을 얘기하지만, 이미 발생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불안한데 사회적 혼란은 과연 누가 만들고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투명하고 발빠른 정부의 정보 공개야말로 불안 대신 신뢰를 안겨준다는 국민 다수의 요구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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