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를 거쳐 15일 정부에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위헌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박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글자 한글자를 고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렇다고 위헌성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헌법 수호의 임무를 진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문제의 국회법 개정안 가운데 ‘정부 시행령에 대해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 중 ‘요구’를 ‘요청’으로 바꿔,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를 받고 이날 정부로 이송했다.
문구 수정으로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앴다는 것이 정의화 의장의 평가지만 청와대는 기류가 다르다.
요구를 요청으로 문구를 바꾼다고 해서, 입법부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시행령을 수정 변경해야만 하는 강제성, 다시 말하면 위헌성이 해소됐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여야의 자구 수정 합의가 위헌성 여부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목적에서라면, 보다 명약관화한 입장 표명이나 명시화가 필요하다”며 “이 정도 자구 수정으로 위헌성이 해소됐다고 보기어렵다”고 말했다.
‘요구한다’이든 ‘요청한다’이든 영문 표현으로 ‘demand'를 의미하는 용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 박 대통령이 과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한다고 하면 언제가 될지가 관심이다.
청와대는 우선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한 법무부와 법제처의 유권 해석 등 다양한 검토 의견을 취합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그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그렇다고 하면 시점 상으로 16일과 23일, 30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 즉 거부권 상정이 가능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이내’라는 표현에는 다음 주 국무회의(23일)와 다다음주 국무회의(30일)가 모두 해당 된다”며 “다만 내일(16일)은 확실히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될 경우. 당청관계의 파탄, 여야관계의 경색을 넘어 국민들에게는 정쟁으로까지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최대한 시기를 기다리고 여론을 지켜본 뒤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재의결 투표 실시 여부 등 예상 가능 경로에 대비한 당청간의 의견 교환 등 준비 작업도 이 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RELNEWS:left}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공식 검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코멘트를 할 수 없다”면서도 “총리 인준은 총리 인준대로 하고, 메르스 대응은 메르스 대응대로 하며. 국회법은 또 그 동안 입장을 표명한 것이 있으니, 각각 정도를 가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의미와 파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박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