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 씨. (SBS 방송화면 캡처)
소설가 신경숙(52) 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작가 이응준(45) 씨는 16일 허핑턴포스트 블로그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씨는 글에서 신 씨의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1996)에 실린 단편소설 '전설'과 미시마의 단편 ‘우국’(1983)을 비교한 문장을 올렸다.
이 씨가 발췌한 글이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 씨는 이전부터 논란이 된 신 씨의 표절 시비가 일었던 언론 기사 등을 거론했다.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서문 중 아버지의 편지글 일부가 신 씨의 소설 ‘딸기밭’의 한 구절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신씨의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소설 ‘작별 인사’가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 속 문장을 표절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1999년 문단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됐던 일들이지만, 신 씨는 표절에 대해서는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