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여파로 예금은행들이 가계와 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금 총액이 1천300조원대를 돌파했다.
대출금에 은행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유가증권 보유액, 외화대출 등을 합친 민간부문 전체 부채(민간신용)는 1천57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산업은행 포함)의 대출금은 지난 15일 현재 1,302조 4,078억원으로 1,3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은행이 가계와 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금을 모두 합친 규모로, 기업 빚이 약 700조원, 가계 빚이 약 600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예금은행 대출금은 지난 1월 한 달간 약 8조원이 증가하고 2월엔 9조원이 늘어나는 등 매달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직전인 작년 8월 1일 잔액(1,197조 9,925억원)과 비교하면 근 11개월 새 104조 4,153억원이 늘었다.
금리 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기술금융 확대로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대기업으로 나가는 은행 대출금은 보합권에서 맴돌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은행 대출금에 유가증권 보유액, 외화대출, 신용카드 계정 등을 합친 민간신용 총액은 1,567조 7천억원에 달했다.
작년 8월 1일 잔액인 1,431조 4,854억원보다 136조 2,558억원이 늘었다.
대출금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은 한은이 작년 8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에서 1.5%로 1%포인트 내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시중에 자금공급을 확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이나 가계 부문의 대출 증가는 해당 부문의 유동성을 늘리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거나 사업이 부실해져 대출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부처가 참여한 협의체에서 가계부채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내달 중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늘고 있긴 하지만 당장 위기가 발생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총량 규제보다는 질적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현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위기상황은 아니고 아직은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환경이 바뀌면 상환부담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