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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의 삶 외면한 예술인복지제도 재논의하자"

문화 일반

    "두 배우의 삶 외면한 예술인복지제도 재논의하자"

    예술인소셜유니온, 문화연대 논평 "현 제도 실질적 도움 안돼"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던 두 무명배우가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전하는 가운데, 이런 예술인들을 돕기 위한 현 '예술인복지제도'를 전면적으로 재논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술인들의 노조 예술인소셜유니온(사무처장 하장호)과 문화연대(집행위원장 이동연)은 24일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2011년 '예술인복지법'의 등장으로 예술인들의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 보장과 생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었다"면서 "하지만 예술인의 노동의제, 예술인복지재단의 독립성 보장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재단 설립과 관련한 내용만으로 부실하게 제정 되면서 예술현장에서는 예술인복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예술인복지재단 설립 이후에도 계속되는 예술인들의 비극적인 죽음과 예술인들의 생활위기는 현행 예술인복지제도를 원점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시혜적인 지원사업 중심의 예술인복지가 아닌 예술인의 당연한 사회적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활동을 지속해 갈 수 있는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예술인복지제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현 제도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논평] 두 예술인의 삶을 외면한 예술인복지제도의 전면적인 재논의를 시작하자!

    또다시 생활고에 시달리던 예술인이 고단한 삶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떠났다.

    연극배우 김운하(본명 김창규) 씨가 지난 19일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지 5일 여 만에 발견되었다. 한 평 반 남짓한 고시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 김운하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뒤 연극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고 김운하 씨는 대학시절 격투기 선수로 활동했을 정도로 건강하고 열정적인 연극배우였으나 불규칙한 수입과 이로 인한 생활고로 신부전, 고혈압 등의 지병을 앓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23일에는 영화 배우로 활동한 판영진 씨가 생활고와 이로 인한 우울증으로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다. 판영진 씨는 1978년에 데뷔한 중견 배우로 지난 2006년에는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의 주연을 맡기도 하는 등 비록 주목받는 연기자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영화 활동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자동차 영업으로 생계를 이어왔으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아 그동안 생활고에 시달려오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예술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예술인 복지를 둘러싼 해묵은,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예술인들의 생활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오랫동안 국회에서 묵혀있었던 예술인복지법이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예술인복지법의 등장으로 한국사회에서도 예술인들의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 보장과 생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예술인복지법이 예술인의 노동의제, 예술인복지재단의 독립성 보장 문제, 안정적인 사업 수행을 위한 별도의 예술인복지 예산 확보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예술인복지재단 설립과 관련한 내용만으로 부실하게 제정 되면서 예술현장에서는 예술인복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예술인복지재단 설립 이후에도 계속되는 예술인들의 비극적인 죽음과 예술인들의 생활위기는 현행 예술인복지제도를 원점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는 예술인복지재단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문화부는 2015년, 총 205억 원을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산으로 책정하였고 이중 창작준비금 지원 예산으로 110억원을 책정하였다. 이 예산은 전년도까지 예술인 긴급복지지원이란 명목으로 집행되던 것으로 생활위기에 놓인 예술인들에 대해 일정 기간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해 창작활동을 지속해 갈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의 경우 긴급복지지원으로 81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었는데 예산 대부분이 상반기에 소진되었을 정도로 예술인들의 높은 관심과 지원 신청이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예술인복지재단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해당 예산이 전혀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지원신청 조차 특별한 설명도 없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부처인 문화부가 기재부의 예산 집행 승인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 어쩔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동안 결국 두 명의 예술인이 힘겨웠던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내려 놓고야 말았다.

    이와 같은 예술인복지재단의 파행 운영은 지원사업 중심의 현행 예술인복지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그동안 많은 예술인들과 예술정책 전문가들이 예술인복지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예술인의 보편적 복지 제도로의 편입과 개별 예술 활동의 특수성에 기반한 맞춤형 지원정책의 마련을 통해 예술인복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설계해야함을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정부 관련 부처 간의 협의 구조와 예술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는 점도 누차 강조해 왔다. {RELNEWS:right}

    그러나 졸속적으로 예술인복지법과 예술인복지재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의들은 외면당했고 일부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의 자화자찬 앞에서 예술인들은 여전히 생존의 위기와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끊임없이 저울질 할 수 밖에 없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

    반복되는 예술인들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우리는 예술인복지법이, 예술인복지재단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롭고 지속 가능한 예술 창작 환경은 고사하고 코앞에 닥친 생존의 위기 조차 외면하는 예술인복지제도는 근본적으로 잘못 만들어졌음이 분명하다. 계속되는 예술인들의 죽음 앞에 예술인들의 인내심도 이제는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예술인복지제도 전체를 원점에서 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시혜적인 지원사업 중심의 예술인복지가 아닌 예술인의 당연한 사회적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활동을 지속해 갈 수 있는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예술인복지제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예술인의 삶을 외면하는 지금의 예술인복지제도로는 예술인의 삶도, 우리사회의 내일도 지켜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5년 6월 24일

    예술인소셜유니온 /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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