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해 전신 보호구를 착용한 모습. /자료사진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이 의료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도 '감염은 의료진 실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새로 확진된 181번(26)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의사로서 지난 12일 확진판정을 받았던 이 병원 안전요원인 135번 환자에 대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진료해왔다.
181번 환자는 지난 17일부터 자가격리 중이었고, 23일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격리입원됐을 뿐 추가로 다른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바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진료행위 중에 밀접한 접촉으로 인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환자 진료 중에 개인보호구를 착용했다"는 모순된 답변을 내놓았다.
보호장구를 모두 착용했는데도 메르스에 감염된 181번 환자, 그 비밀은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의 소홀한 의료진 보호 조치에 있었다.
정 반장은 "레벨D에서는 전신보호복을 입는데 지난 17일 이전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는 VRE 가운을 입었다"며 "일부 목이나 발 등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일상적인 진료를 할 때에는 VER가운을 입고 진료하고, 기도삽관 등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는 시술을 할 때에만 레벨D 보호구를 입도록 내부 규정을 정했다"고 밝혔다.
즉 삼성서울병원이 레벨D 전신보호복을 입도록 한 정부지침과 달리, 수술용 가운만 입은 채 환자를 진료하도록 한 내부규정 때문에 181번 환자가 메르스에 노출됐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18일에도 보건당국은 "전날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레벨D 수준의 엄격한 개인보호구 장비가 (착용)되지 않았다"며 이 병원이 의료진 보호에 관한 정부 지침을 어겼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건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감염병별로 전파경로나 병원체 위험도에 따라 어느 레벨의 보호구를 착용해야 된다는 기준이 전문가들 사이에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메르스와 관련해 레벨 D급에 준하는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의료인 지침으로 안내해왔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레벨D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장비를 착용하도록 했지만, 유독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지난 17일까지 보호구 일부만 착용토록 한 바람에 의료진이 메르스에 노출된 것이다.
그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만 의사 4명, 간호사 4명 등 12명의 병원 관계자가 메르스에 감염돼 전체 병원 소속 환자 중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기존 의료진 보호조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거듭 제기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관련 기준을 공고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당국은 "의료진의 책임이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보호구를 착용하는 의료진의 개인 보호 행위도 같이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고글을 벗을 때 눈을 감는 등 보호장구 탈착 과정에서의 안전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을 뿐, 보호장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도 정 반장은 "현재는 확진환자를 격리치료하는 병원에 레벨D급의 개인보호구를 모두 지급했다"며 ""개인보호구 착용 등에 대한 교육을 위해 현장교육 및 점검을 계속하고 있다"며 여전히 '감염 책임은 의료진 실수'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